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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전시 후기 Part 3-1: 낭만주의와 로코코 시대의 초상화들

by 티카르트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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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에서 이어짐>


낭만주의와 로코코 시대로 


시대별로 작품들을 보고, 정리하니 자연스럽게 미술사 공부가 된다. 각 시대별로 어떤 그림들이 유행의 꽃을 피웠는지 복습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르네상스 뒤에는 낭만주의와 로코코 시대가 온다. 


그림 위의 그림,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고야는 낭만주의로 분류되는 스페인의 화가인데, 미술 수업 들을 때 선생님이 종종 언급을 하셔서 기억하고 있었다. 보여주신 그림들이 상당히 어둡고 무서워서, 음습한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다. 사회 풍자하는 그림들이어서 한껏 신랄한 느낌이기도 했다. Part. 2에 나오는 풍경화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평온하다.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고야 그림.



고야의 작품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번 전시에 온 초상화는 밝디 밝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옆에 걸린 다른 작가들의 그림보다 눈길이 더 갔다. 무엇 때문에 더 눈길이 갈까? 인물의 눈? 얼굴만 유독 밝아서? 얼굴 선이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고 입체적이어서? 뭔지 모르게 뱀파이어 같은 느낌 때문일까?

그림 그릴 당시 인물이 어느 정도로 화장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사진관 포토샵 못지않은 뽀샤시함인 것 같다. 물감 때문에 더 윤기(라고 쓰고 기름이라 읽어야 하나) 좔좔 흐르는 느낌도 들고.

먼저 그렸던 다른 인물의 초상화 위에 덧그린 작품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엑스레이로 보면 포르셀 부인 아래에 다른 인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고 한다. 남자를 그린 뒤 바니시를 칠하지 않아서 그 위에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었다.

 

캔버스를 재활용한 그 시대의 제로웨이스트 아트 


이런 식으로 캔버스 재활용이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하니, 자원이 귀했던 시대의 제로웨이스트 아트인 셈이다. 지금은 물감이나 캔버스, 기타 재료들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만큼 자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낭비도 심해졌고, 또 그만큼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며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집중도도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요즘 시대의 분위기나 흐름이 그래서 미술의 평균적인 수준도 영향을 받아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지, 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들까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유행시킨 복식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한때 퐁파두르에 대한 책이 한국에서 꽤 나오면서 유행이었걸로 기억한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유행시켰다는 옷으로 스타일링한 여인의 초상화도 만났다. 그림 속 머리 장식도(진주와 비단으로 된 파란 꽃 장식)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유행시킨 건데, 후작부인의 이름을 따서 폼폼 (pompom)이라고 불렀다고. 이 설명을 보니 어렸을 때 아이돌 그룹들이 유행시킨 머리핀, 장갑 등이 생각났다. 어느 시대에나 인플루엔서들이 꼭 있다.

 

퐁파두르 후작부인이 유행시킨 복식을 한 여성의 초상화. 장 바티스트 그뢰즈 그림.


화려한 느낌의 그림이지만, 볼터치 빼고 강한 색채는 거의 쓰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초상화 특성상 인물이 돋보이도록 배경이나 커튼 등에는 어둡고 옅은 색이 쓰인 것.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든 부분이 다 강해져 버리곤 하는데, 이런 그림들을 보면서 한두 가지만 강조했을 때 작품이 누리게 되는 혜택이 있음을 또다시 인지한다.

 

그 시대에 잘 나갔던 용감한 귀족 형제들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안토니 반 다이크 그림.


안토니 반 다이크의 스튜어트 형제 그림은 좀 웃겼다. 유럽 여행 떠나기 전 그린 초상화라는데, ’내가 제일 잘 나가‘ 하고 한껏 자부심에 찬 (?!) 것이 표정과 자세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좋은 집에서 태어나 저 잘난 맛에 살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림 설명에도 ‘귀족의 거만함이 느껴집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지만 여행 다녀오고 나서는 청교도 혁명전쟁에서 국왕 편에 서서 싸우다 어린 나이에 전사했다고 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존 스콧 (추정),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 그림.


유독 기름기가 좔좔 흘러 부담스러웠던 그림도 있었다.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라는, 이름도 기름 위에 구르는 듯한 작가의 그림이었다. 유독 광택이 나는 물감이었는지, 아니면 바니싱의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레이스와 자켓의 술이 너무 잘 그려져서 감탄했다. 나는 참을성도 없고, 기분대로 그린 뒤 만족스러우면 바로 붓을 놔버리는 편이라, 이렇게 시간과 품을 들여 천천히 쌓아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정말,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은 것이니 입체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레이스 신공...!


그림에서처럼 하얀색 가발을 쓰는 것이 18세기 신사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고 하는데, 가발에 전분이나 밀가루로 만든 파우더를 뿌려 하얗게 가발을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식! 가발을 쓴 채로 음식을 먹을 때 식탁이나 음식 위로 파우더가 떨어진다거나, 키스할 때 고개를 숙이면 상대방의 얼굴에 파우더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만 궁금해?). 가발을 벗고 한다면 가발을 쓴 동안 땀에 절은 머리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도 들고 (나만 그런 생각해?). 

 

영국에선 가발 파우더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가발이 크게 쇠퇴했다고 하는데, 이건 참 의외였다. 가발 쓴 게 멋있어보였으면 이걸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남자들도 있었을 텐데, 세금 때문에 쇠퇴를 했다니! 담배나 술은 아무리 세금을 매기고 값을 올려도 피우지 않는가? 비흡연자로서 담배 산업에 1도 관심이 없는 관계로, 그동안 세금이나 담뱃값이 어떻게 올랐는지 전혀 알못이긴 하지만.

 

<Part 3-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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