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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초상화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Part 3-2

by 티카르트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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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1에서 이어짐>

 

고대 조각을 연상시키는 구도, 활 쏘는 사람들 (로버트 퍼거슨과 로널드 퍼거슨 형제) 

 

헨리 레이번이 그린 퍼거슨 형제의 그림은 구도가 흥미로워서 찍었다. 활 쏘는 형은 빛을 받아 옆얼굴이 더 잘 보이는 반면, 형의 활 뒤쪽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동생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계몽주의가 전파되며 고전주의와 고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고 한다. 어쩐지 클래식한 느낌이 들더라니. 전시 설명대로, 활 쏘는 포즈나 표정까지 고대 조각스럽다. 

활 쏘는 형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 동생에게 시선이 가는 건 왜일까? 얼핏 보면 동생이 병풍처럼 서 있는 것 같지만, 그림을 보다 보니 그림의 주인공은 오히려 동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초상화인 것 같은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그림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활 쏘는 사람들, 헨리 퍼거슨 그림. 벽의 색깔과 그림이 잘 어울린다.

 

딸의 사후에 부모의 요청으로 그려진 그림, 기도대 앞에 무릎 꿇은 소녀 

 

소제목으로 낚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이 그림은 1대 멀그레이브 백작의 딸 오거스타 핍스가 죽은 뒤 부모가 죽은 딸을 추모하기 위해 주문한 그림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림만 보면 예쁘장한 소녀의 그림이지만, 추모하기 위해 그려졌다는 설명을 보니 조금 더 오래 보게 되었다. 그림도 부연 설명으로 스토리 텔링을 해야 하는 건가 (아, 요즘엔 스토리메이킹인가)?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림 자체가 좋으면 부연 설명이 딱히 필요가 없으니, 역시 그림이 좋으면 되는 것 같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볼 때는 정말이지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냥 좋으니까 좋다, 하고 보게 되는 것과 그림만 볼 때는 지나쳤다가 설명을 보고 한 번 더 되돌아오게 되는 경우. 내게 위 그림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그림이다. 

 

기도대 앞에 무릎 꿇은 소녀, 데이비드 윌키 그림.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 레드 보이 (Red Boy, 찰스 윌리엄 램튼)

 

부모의 요청으로 아이가 그려진 초상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토머스 로렌스의 레드 보이다. 소년이 너무 조각같이 생겼는데 옷 색깔도 강렬하고, 큰 액자도 화려해 오래도록 그림을 보게 되었다. 보다 보니 방탄소년단의 뷔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도 그림 속 소년 같은 외모였을까? 

레드 보이, 토머스 로렌스 그림.

사진을 찍어도 저렇게 담기지 않을 텐데, 눈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의 눈으로 생기 있고 리얼하게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이니까 피부야 좋았겠지만, 엄청난 볼터치와 연지 바른 듯한 입술 효과까지 (ㅋㅋㅋㅋㅋ). 손톱도 윤기가 흐르면서 반짝거리고, 실제로 그린 것이라는 게 볼수록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엄청나게 리얼한 소년의 눈.
손톱이 실제로 저렇게까지 예뻤을까...?! 아니면 로렌스가 세상을 엄청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었나?!

 

옷 색깔은 처음부터 빨간색은 아니었다고 한다. 로렌스가 처음 작업했을 땐 다른 색이었다고 하는데, 소년의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빨간색으로 했다고 한 설명을 전시 영상에서 보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영국 우표에 최초로 실린 그림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액자는 처음부터 그림과 같이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로렌스가 직접 액자 제작가인 조지 모란트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화려하고 으리으리한데, 그림과 너무 잘 어울렸다. 

 

액자도 복원을 한다?!

 

전시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액자도 복원을 할 수가 있는 거였다. 책도 그림도 복원할 수가 있는데, 왜 액자를 복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이번 전시에도 액자가 복원되어 온 그림들이 몇 개 있다고 했다. 영상 속 액자 복원 전문가는 액자를 복원할 때는 액자 속의 그림을 돋보이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무엇을 강조할지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전문가의 설명이 쉽게 이해되고 공감도 갔다. 

그림 옆에 쓰인 그림과 작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곳곳에 설치된 시대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영상을 보면서 여러 시대에 대해서 더 배우고 그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는 설명이 거의 없는 전시도 꽤 있는데, 이번 전시는 박물관에서 하는 거라 설명이 더 자세하게 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도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대한 원상태로 가깝게 되돌리고 보수도 하는 복원 미술은 항상 멋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에 설치된 액자 복원 관련 영상.

 

<Part 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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