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왜 우리나라 옛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 많지 않은 걸까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면 현대 미술 전시가 많다. 우리나라 옛 미술 작품들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다. 초중고 학생 때는 책으로도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접하고, 견학을 가서 고대의 미술이나 예술 작품을 접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될수록 관심을 두지 않으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나 예술을 접하기가 현저하게 어려워진다.
찾는 사람이 점점 없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우리나라 문화를 자기 것이라 우겨 뺏길 위기에 빈번히 처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타국의 것이 좋아보인다고 원래 우리 것이었다 우기는 것은 분명 근본 없고 무례하며 무지한 행동이다. 하지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는 하나 아직도 약한 국력으로 자기 문화를 정확히 세계에 알리고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국민들이 자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계승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 지키지 않는 것으로부터 온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전통 예술과 미술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미지의 음식을 맛보듯 조금씩 익숙해져 보면 어떨까.
리움미술관에서 만나는 옛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고미술품
서울에 있는 미술관 중에 다양한 고미술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리움미술관이다. M1에서 고미술 상설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 가면서 같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9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의 날에도 고미술품을 그 방법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서예 작품, 동양화 작품 외에도 백자, 청자, 토기, 불상, 탑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M1 고미술품 상설전 관람은 4층부터
M1 전시 관람을 하겠다고 하면, 4층부터 보도록 안내 받는다. 4층을 돌아본 후 3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미술품 중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볼 수 있는 백자와 청자가 정말 고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알고 있는 보름달 같은 백자, 푸르스름한 청자가 아니더라도 아담하고 조그만 그릇, 필통도 예쁘다.
리움미술관 M1 4층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무지개 계단
리움미술관의 고미술품 상설전을 즐겨 보는 이유는 환상적인 무지개 계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 잊었는데, 어떻게 설계한 것인지 돔 형태의 지붕을 통해 비치는 햇살이 계단 위로 환상적인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보고 있으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답다.
다양한 형태로 만나는 우리나라 불교 미술 작품들
평소에 좋아하고 눈여겨보는 불교 미술 작품들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절에 가서도 느끼는 거지만, 불교 회화 작품은 섬세하고 정교한 동양화적인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같다.
동양을 배경으로 하거나, 또는 우리나라에 내려오는 구전 동화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을 보면 위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색채가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촛대의 모양도 서로 다르고, 일일이 그은 선이나, 부처의 표정, 손가락 등 무엇 하나 주의 기울여 그리지 않은 것이 없다.
기와지붕에 달린 물고기 풍경도 너무나 귀여운 표정을 하고 있다.
불상 역시 좋아해서 눈여겨보는 작품 중 하나인데, 이번 상설전에서 본 작품들은 전에도 본 적이 있었음에도 또 새롭게 다가왔다.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는 불상의 표정 하나 하나가 다 살아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 덩어리의 작품 안에서도 다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각자의 성격, 개성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신라와 통일신라 시대 불상을 주로 관심 있게 봤었는데, 아래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불상 작품도 아름다웠다.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희소성도 있고.
보면서 좋다가도 씁쓸해지는 M1 고미술 상설전, 이유는
고미술 상설전을 보고 있으면 참 좋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온전하게 지켜진 미술품에서 느껴지는 귀함과 아름다움이란 정말 기적적이어서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멈춘 듯한 시간의 느린 흐름 속에 마음이 조용해진다. 그러다가 씁쓸한 기분이 들게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상설전 관람객의 대부분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층마다 상주하는 미술관 스태프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외국에서 한국 고미술품 전시를 보고 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에 갔을 때도 상설전을 돌아보고 있는 내국인은 나 혼자였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미술 작품들이 계속해서 우리의 것으로 온전히 지켜지고, 국민이라면 언제든 가서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계속 전시가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술관측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고미술을 좋아하고 찾는 국민들도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2025년 2월 23일까지 열리는 사경 전시, <전∙함: 깨달음을 담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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