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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어린 시절을 되찾으려 그리는 아이들 그림, 요시토모 나라 서울옥션 개인전

by 티카르트 202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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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요시토모 나라 개인전. 

2010년대에 한참 유명할 때는 너무 유명해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관심이 별로 가지 않았었다.

미술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야 요시토모 나라의 스타일과 캐릭터가 굉장히 희소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전을 하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다가, 전시 종료 이틀 전에 소식을 알게 되면서 운 좋게 원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제가 제 작업에서 아이들을 많이 묘사했던 시기는 아마도 어린 시절의 무언가를 되찾으려 했던 시기였을 거에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을 묘사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저와 연관 짓는 이미지는 그 시기에 제가 어린 시절을 되찾으려 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작가와의 대화> 중 발췌 - 멜리사 치우, 아시아 소사이어티 박물관 디렉터  

요시토모 나라의 드로잉과 페인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전시 

페인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드로잉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요시토모 나라가 책을 위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삽화.

 

드로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시에 가면 다른 작가들은 드로잉을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보는 편이다.

 

범상치 않은 요시토모 나라의 고양이 드로잉.

 

창조해낸 고유한 캐릭터만큼, 요시토모 나라의 드로잉에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책을 보지 않아서 어떤 페이지에 어떤 맥락으로 들어간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다.

 

전시된 드로잉은 책에 들어갔던 일러스트레이션 삽화였다. 글을 받쳐주는 삽화라고 해서 평이하게 그리지 않고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림이라서 좋게 느껴졌다. 

 

천에 그린 아래 그림은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제목을 가진 책의 표지로 사용되었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듯 하다. 천에 이미 프린트된 패턴과 천의 질감을 그림의 배경으로 잘 사용한 것 같다.

 

도자기에 그린 작품도 있었다. 도자기 작업을 종종 하는 것 같았는데,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도 직접 만든 것일까?

 

 

 

노트 종이에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아래 그림 역시 노트 종이에 인쇄된 패턴을 줄 삼아 메시지를 담았다. 

 

 

독일어를 몰라서 어떤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요시토모 나라의 주제 중 하나인 전쟁 반대에 대한 내용일 것 같다. 

 

 

 

캐릭터 조각 작업도 흥미로웠다. 캔버스 위에만 작업하지 않고, 여러 재료를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점은 창작자로서 배우고 참고할 만한 점이다. 

 

 

새 종이, 헌 종이를 구분하지 않고 펼쳐지는 드로잉 세계

 

아래 그림의 경우에는 빳빳한 새 종이가 아닌 한 번 쓴 종이를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크라프트지였는지, 서류 봉투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크라프트지의 색을 고려해 그 위에 조화롭게 색을 썼다. 물감만 쓰지 않고 색연필로 배경을 완성했지만 얼굴이 그 위에 동동 뜨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면지를 활용한 그림도 있었다.

이면지 비침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작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아래 그림은 서류 봉투를 활용해 그린 그림이다. 

 

 

이걸 보고 서류 봉투 위에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집중해서 섬세한 톤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로잉을 할 때도 흰색을 상당히 많이 쓰는 편이다. 채색된 면이 단조로워보이지 않도록 여러 색을 사용해 새로운 톤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아무렇게나 낙서한 것 같은 선의 움직임도 보인다. 확실한 검은색의 아웃라인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답답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비교적 자유로운 선이 아웃라인 안에서 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순수 미술과 상업 미술을 구분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서류 봉투에 그려진 그림.

 

골판지, 박스에 그려진 그림들도 있었다.

 

골판지 페인팅

 

 

 

 

헌 박스를 잘라 만든 듯한 그림책.

요시토모 나라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노래 등이 쓰여 있다. 

 

 

희소성이 높은 <Green Eyes>를 포함한 요시토모 나라의 페인팅 작품 

 

큰 사이즈의 인물 페인팅 작품은 총 세 점이었다.

요시토모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귀여운 어린 아이들은,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불안해보인다.

리플릿 설명대로, 작가가 캐릭터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과 같은 내면 속 감정을 숙고하기 때문일까.

 

귀엽지만, 확실히 아이의 표정을 보면 어딘가 고집스럽고 무엇엔가 불만이 가득찬 듯한 느낌이 든다. 

 

액자 안에 넣어져 있지 않아 좋았던 작품.

 

어쩌면 아이의 표정은 요시토모 나라 개인의 내면이 그림으로 드러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크릴 물감으로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고 신비한 느낌을 내는 것일까?

예전에 한국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를 보았을 때 하루 안에 다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체력과 집중력이 대단한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머리카락에 색색깔의 조명이 비춰진 것 같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평면에 그려진 둥글둥글한 타원이다. 

만약 가까이서 봤을 때 타원에서도 더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그린다면 페인팅의 주인공인 캐릭터에게서 시선이 분산되어 페인팅 전체의 느낌을 해치게 될까? 

 

 

 

피부 톤이 창백하면서도 푸르스름하고 어두운 것이, 이런 피부 톤에 엄청 커다란 눈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작품은 액자에 들어있어 조금 아쉬웠다. 액자에 그림이 들어있으면 볼 때 내 모습이 액자 유리에 비쳐서 그림 감상할 때 좀 산만해지는 기분이 든다. 

 

 

첫 페인팅보다는 이 그림이 더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비슷한 머리 모양이라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눈이 큰 편은 아니지만). 

 

 

 

서울옥션 리플릿 설명에 따르면, 아래 <Green Eyes>는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들 중에서도 희소성이 높은 그림이라고 한다.

앞서 본 두 점의 페인팅 속 인물과 눈 색깔이 달라서 희소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매트한 느낌으로 그려진 강아지 그림도 좋았다. 캐릭터들이 귀여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요시토모 나라 그림의 장점 중 하나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질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뼈다귀 드럼 스틱을 들고 있는 강아지도 귀여웠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창작하고 싶은 욕구로 충만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전시 

 

'집에 가서 나도 좋은 그림 그려야지!'

요시토모 나라의 서울옥션 전시에서는 관람하는 동안 창작하고 싶은 욕구로 충만해졌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좋은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 대단히 큰 축복인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작가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요시토모 나라처럼 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즐겁게 계속 그려야겠다. 서울 옥션에서 전시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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