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아 리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운좋게도 미술관 2층에서 퍼블릭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뮤지엄'의 일환으로 전시 중인 <에어로센 서울>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경쾌한 전시 분위기와 전시의 취지가 좋아 소개한다.
<에어로센 서울>이란?
에어로센 (Aerocene)은 모두가 자유롭게 숨 쉬며 살아가기를 꿈꾸는 국제 커뮤니티 운동이다. 더 정확히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이자 비영리재단인 에어로센이 주최하는 운동이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느린 행동주의, 날씨와의 상호 의존성에 기반하여 기후 정의, 생태사회적 에너지 전환, 인간과 비인간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의논하며, 각종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적 인식과 감각 방식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고 한다. <에어로센 서울>은 국제 에어로센 커뮤니티에 동참하는 전시로, 9월 29일까지 리움 미술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전시
리움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성인들이 관람하기에 좋은 차분한 분위기의 전시가 많다. 그러나 <에어로센 서울>은 꽤나 캐주얼한 분위기로 꾸며져,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전시라고 생각되었다.
에어로센의 대표 작품, 무세오 에어로솔라
버려지는 비닐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전시 공간 전체를 경쾌한 분위기로 꾸민 것이 인상적이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에서 미술관으로 이어지며 성장해온 에어로센의 대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무세오 에어로솔라>는 협력, 대화, 상상력을 통해 재사용된 비닐봉투를 사용해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개인의 서사를 그리고 적는 방식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재사용, 재활용을 하게 되는 방식인 것이다.
전시 공간 전체를 덮기 위해 쓰인 어마어마한 비닐의 양과, 비닐 위에 쓰인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술을 이용해 환경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숙고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임팩트를 가진 전시라고 생각했다. 전시장에 가서 아이들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는 유익한 학습의 시간을 가지기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집중해서 봐야 하는 전시가 아니라는 점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적절한 전시인 이유 중 하나이다.
비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페어클라우즈 (Fairclouds)
비닐 문 너머에는 구름의 모양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된 공간이 나온다. <무세오 에어로솔라>처럼 페어클라우즈도 2023년에 시작되어 계속될 에어로센의 작품, 또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다.
전시된 구름 그림들은 살리나스 그란데스와 라구나 데 구아야타요크 공동체 어린이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살리네스 그란데스와 라구나 데 구아야타요크는 아르헨티나 후후이 주에 있는 지역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소금 평원이자, 고산지대 안데스 습지가 있는 곳, 그리고 선주민 공동체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물이 꼭 필요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선주민들은 산업용 리튬 채굴로부터 환경을 지켜오는 일을 오랜 시간 해왔다고 한다. 리튬 1톤을 채굴하는데 최대 200만 리터의 지하수가 소모된다고 하니, 이 지역 주민들과 생물들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리튬 채굴에 저항하면서 전화 해킹, 통신 감시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쉽게 묵살된다는 설명을 보고, 그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리튬은 참 많은 곳에 쓰이지만, 리튬 채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니. 리튬을 대체할 새로운 지속가능한 자원을 빨리 찾아내어 이들의 고통이 덜어지고 건강하고 행복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휴대용 비행 키트, 에어로센 백팩
헬륨, 수소, 태양광 패널, 배터리, 버너와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휴대용 비행 키트.
에어로센 백팩은 지금까지 수백번의 비행을 위해 대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에어로센의 활동 소식을 전하는 신문도 두 종류나 있다.
한 부는 에어로센이 활동하던 초기, 즉 2010년대에 발행된 신문이고 다른 한 부는 작년에 발행된 신문이다. 전시장 내부에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앉아서 신문을 읽거나 아이들 또는 지인들과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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