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전시

블랙과 레드 위주의 추상 회화,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by 티카르트 2023. 10. 3.
반응형

8/30 - 10/22, 국제 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려서 시간 내어 다녀왔다.

가는 길에 이우환 작가를 봤다. 국제 갤러리 옆의 다른 갤러리에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우환 작가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로또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우환 작가를 보러 길을 나선 게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ㅋㅋㅋ

살면서 길에서 이우환 작가 마주칠 일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이우환 작품 좋아하는 사람이! 

 

어쨌든, 아니쉬 카푸어 전시는 무료 관람. 

평일이고,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해서 좋았다.

아니쉬 카푸어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런던과 베니스를 거점 삼아 활동 중인 작가이다.

시카고에서 콩이라고 불리는, Cloud Gate를 만든 작가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게이트를 생각하면 호감도가 확 오르는데, 이번 개인전을 봤을 때는 과연 그 작품을 만든 작가와

동일인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여러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한 이력이 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전시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의 색깔이 어둡고 강렬한 것들이 많아, 지금과 비슷한 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었던 거라면 궁전과 그의 작품이 잘 어우러졌었을지 궁금해졌었다.

이번 개인전만 봤을 때는 보기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실험하고, 개발하는 과학자 쪽에 가까운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 허스트가 1995년 수상했었던 영국 터너 프라이즈 (Turner Prize)를 수상했던 이력이 있다고 하니,

그것만 봐도 얌전한 정신 세계를 가진 작가라 보기는 어렵지 싶다.

누가 누가 더 이상하고 괴발한 - 그렇다, 기발을 넘어 괴발한 -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꼽아보는 프라이즈니까 말이다. 

카푸어는 데미안 허스트보다도 더 이전인 1991년에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전시는 K1, K2, K3 세 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조각,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블랙, 어두운 레드 계열의 색깔을 주로 사용하고, 확 밝은 노란색을 같이 놓고 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K1에서 본 회화 작품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K1 전시 작품

아니쉬 카푸어 작품. 재료: 종이, 구아슈.

블랙과 어두운 레드 계열의 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노란색의 톤이 아래로 갈수록 연해지는 것이 눈에 띈다.

소재는 종이에 구아슈. 구아슈로 작업한 작품들이 꽤 있었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재료: 종이, 구아슈.

 

추상은 뚜렷하게 어떤 대상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설명적인 부분이 없다.

그만큼 보는 순간 느껴지는 에너지, 관객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그 에너지가 없으면 그리나 마나 한 게 추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들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블랙과 레드를 같이 썼다.

 

색은 두 가지를 썼지만 배경색까지 하면 세 가지 색깔 정도. 

적은 색을 가지고 깊이 있는 작품을 완성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붓의 움직임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위 그림의 오른쪽.

 

대체로 제목이 없는 작품들이 많아서,

보는 사람마다 그림을 보고 연상하게 되는 것이 다를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지옥의 문을 표현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뜨거운 불은 푸른 빛, 흰 빛이라고 하는데 그런 걸 표현한 걸지도.

 

아니쉬 카푸어 작품. 뭘 표현한 걸까?

 

세 전시관 중에서 가장 기발하다 느껴졌던 작품은 아래 작품 시리즈이다.

앞에서 보면 평면,

 

아니쉬 카푸어 작품. 평면인 듯

 

옆에서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입체이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평면이 아니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

인도 사람들이 느끼는 공간감이나 수학적 감각이 굉장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이었을까?

검은색을 직접 만들어서 쓴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볼 때도 뭔가 그냥 검은색은 아닌 느낌이었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아주 플랫해보이는데
아니쉬 카푸어 작품. 옆에서 보면 볼록하다.

 

이것도 K1에 있다.

 

K2 전시 작품

 

K2 전시관 입구. 세 전시관에서 전시되지만, 다 붙어있고 작가 이름과 함께 전시 이름 표기가 되어있어서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K2 작품 관람할 때, 노약자와 임산부는 주의하면 좋겠다. 

누군가는 거북하거나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뭐가 있는지 모르니 별 생각 없이 들어갔지만, 오래 머물게 되지는 않았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가까이서 보면 물감 두께가 아주 두꺼운 부분들이 있다.

그 중에 그나마 좀 볼만했던 작품이다. 흰 부분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그 부분이 유독 돋보였었다.

가까이서 보면 두꺼운 부분은 많이 두껍다. 피가 굳은 것 같은 질감으로 일부러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사진으로 찍으면 또 그렇게 두껍게 보이지는 않으면서 입체적으로 보인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사람의 장기를 표현한 것인지?

 

봤을 때 시각적으로 편안하지 않으면서 뭔가 산뜻하지 않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이 관에 많았다.

위 작품에서 특이했던 것은, 아래처럼 크롭해서 보았을 때 

 

아니쉬 카푸어 작품을 크롭한 것.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다는 것?

 

아니쉬 카푸어 작품. 멀리서 보면 괜찮은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볼만한데, 가까이서 보면 아주 많이 두꺼운 부분들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살아있다.

 

이런 작품은 그나마 평이하게 느껴졌다. 평이한 것보다도 에너지가 느껴져서 괜찮았던 작품.

 

아니쉬 카푸어 작품. 뭔지 모르게 잭슨 폴록이 생각난다.

 

위 그림은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왠지 잭슨 폴록이 생각나는 그림이었다.

 

혀 작품은 정말 그로테스크했다.

 

아니쉬 카푸어 작품. 혓바닥을 날름날름

 

실리콘, 페인트.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은 왜 만드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시대가 이렇게 만들고 싶은 것 만들겠다고 재료를 막 낭비해도 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보면 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하고 기이한 느낌이 있다.

 

요즘 시대의 미술은, 어떤 소재로 무엇을 왜 만드는지가 더욱 의미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행동하게끔 하는 영감과 충격을 주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아름다우면 되는 건 상업 미술에도, 미술이 아닌 분야에도 충분히 많으니까.

미술에서 탐미주의적인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 속성 자체는 변하지 않겠지만.

그건 미술이란 걸 만들어낸 인간의 속성이니까.

 

K2 전시관 가운데 있었던 작품.

 

이 작품은 전시장에서 직접 만들었을까 싶지만 잘 모르겠다.

 

아니쉬 카푸어는 이 작품을 통해서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마주하는 관람객의 것인데, 

이건 뭐라고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게 카푸어의 의도인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카푸어라고 하니 자꾸 Car poor가 생각이 나서 웃기다.)

 

사탕이 녹아서 흘러내려 굳은 건가 싶기도 하고.

 

전혀 사탕은 아니겠지만, 사탕이 녹아서 흘러내려 굳은 건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K3 전시 작품

 

K3에는 회화 작품은 없고, 조각만 있다.

글쎄, 그걸 조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큰 덩어리니까 조각이라고 하면 될까?

그게 무슨 말인지는 가서 보면 안다.

 

K3 전시 작품 중 하나. 이번 개인전 작품에서 많이 보인 레드가 쓰였다. 블랙 조금.

 

작품들인지, 거대한 쓰레기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는 것이 내 개인적 의견이었다.

실리콘, 강화유리, 거즈를 소재로 쓴 거대한 사이즈의 작품들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뭘까?
이건 뭘까?

 

요 하얀 아이들은 무엇이며
이런 텍스쳐까지 세세하면서도 크게 보여주는 의도가 무엇일까?

딱 봤을 때 뭘 전달하고 싶은지, 또는 이게 획기적이라는 게 한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K3에 있는 작품들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나마 형체를 인지할 수 있었던 달의 그림자 (Moon Shadow) 작품.

 

나름 친환경적인 재료들을 썼는데, 저걸 미술관이 아니라면 어디에 전시할 수 있을까 싶은 그런 작품들. 

탐미주의적인 시대는 지났지만, 콜렉터 입장에서 봤을 때 예쁘지 않으면 또 그걸 사서 어딘가에 걸어놓기는 어려우니까.

 

보고 기분이 산뜻하고 유쾌해지거나, 평온해지는 종류의 전시는 아니었다. 

그래도 K1에 있는 작품들이 괜찮았으니, 그걸 보러 간다면 추천은 하겠다.

 

 

+ K2 전시관 바깥쪽에 이우환 작품이 있었다.

있는 줄 몰랐는데, 이우환 작품을 만나서 좋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주변과 어우러지는 그의 작품이 참 좋다.

포토샵이 얼었으니 이우환 작품 사진은 아껴놨다가 나중에 올리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