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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볼수록 빠져드는 초현실적인 회화, 이시 우드 일민미술관 전시

by 티카르트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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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수업에서 이시 우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찾아봤더니 마침 전시가 있어 다녀왔다.

 

일민미술관에서 11월 12일까지 하는 이시 우드 전시 포스터. 2층에 걸린 그림의 일부가 크롭되어 포스터에 들어가 있다.

 

다녀와서 보니 사진을 239장이나 찍었다.

컴퓨터로 옮겨놓고 보니 이렇게 많이 찍었을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만큼 열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1993년생 이시 우드의 현대 회화

 

이시 우드의 그림은 고전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현대적이다. 고전주의,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리얼리즘 등 다양한 미술 사조에 대해 이해가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삼진 제도 연구 (Three Strike Rule Study)>, 이시우드. 2021. 고전주의, 인상주의 사조를 같이 담아낸 것 같은 색감과 붓터치.

 

채도가 낮은 색을 주로 써서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느낌이 든다. 붓의 질감, 유화 물감이라는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서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에, 보면서 눈이 편안한 그림을 그린다. 빈티지하다고 느껴지는 색감을 많이 쓴다. 그림의 톤은 어둡지만, 암울한 느낌이 드는 어두움은 아니었다. 

 

 

일민미술관 1층에 전시된 <D(벨트 이슈) (The Belt Issue)>. 조명이 밝아 사진이 밝게 나왔는데, 원화의 색감은 이보다 어두운 편이다.

 

 

이시 우드는 2015년 런던 골드스미스 순수예술과에서 학사를 하고, 2018년 영국왕립예술원 석사를 졸업했다. 영국은 미술을 사랑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현대 미술이 꽃 피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시 우드가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동안 관심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가며 연구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을 것 같다. 데미안 허스트와 같이 독특하고 파격적인 아티스트들을 많이 배출한 골드스미스에서 공부를 했으니, 이시 우드 역시 선배 아티스트들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자신은 어떤 작품을 할지 깊게 생각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다. 창작하는 데 학벌이 중요한 건 전혀 아니지만, 이번 전시를 보면서 유유상종은 사이언스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그리고 이시 우드가 왜 인기가 많은지도 알 것 같았다. 

 

I Like to Watch

'나는 보기를 좋아한다.' 전시 제목이다. 뭘 보기를 좋아한다는 걸까? 

 

이시 우드의 이번 전시 제목은 'I Like to Watch'이다.

 

전시를 보고 나니 Watch가 중의적인 의미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다는 뜻을 가진 동사이기도 하지만, 명사로는 시계라는 뜻인 이 단어가 전시 제목으로 쓰인 것은 여러 작품에 걸쳐 등장하는 시계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였다.

이시 우드는 말장난을 즐기고,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 전시: 린넨에 그린 이시 우드의 작은 그림들 

1층에는 가로세로 30-50cm 사이의 작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재는 명품 시계, 자동차, 동물, 옛날 느낌 나는 도자기 식기, 조각상 등 다양하다. 스물여섯 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또 전체적으로 돌아보니 소재는 다양하지만 서로 비슷한 색감과 붓 터치로 그려졌다. 

 

1층에 전시된 그림들로 예를 들자면, 파라오와 사자 (?) 조각상, 그리고 애플 파이의 색감이 모두 비슷하다. 각 작품에서 그린 대상은 분명 다르지만, 서로 유사한 붓 터치를 공유하고 있다. 모두 같은 해에 그려진 것으로 보아, 서로가 서로의 연작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 같다.

 

 

<난 날씨도 확인한다 (I Also Check the Weather)>, 이시 우드. 2021

 

 

<정원 (Horto)>, 이시 우드. 2021

 

 

<크ㄹ5스트 (Cru5st)>, 이시 우드. 2021

 

 

 

몇 달 전 미술 수업 때 선생님이 이시 우드를 언급하며 보여주었던 그림들도 두 점 있었다. <꿀단지 연구 (Honey pot study)>와 <레이디 맥베스 연구 (Lady Macbeth study)>였다. 이시 우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그림 사진으로 보았는데, 그때는 작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작품도 처음 보니 보면서 별 감흥은 없었다. 그냥 어두운 그림이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실제 원화를 볼 때도 어두웠다.

 

그런데 직접 보니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에, 어두운 가운데 의도적으로 조금만 쓰인 밝은 색이 확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 분위기는 에드워드 호퍼 작품들과 비슷한 어두움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암울하지 않았다. 그림의 채도만 보면 에드워드 호퍼 그림들보다 어둡게 느껴지는데도, 마냥 어두운 느낌이 들지 않고 깊이가 있다고 느껴져서 신기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에드워드 호퍼 전시에서 원화를 볼 때는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은 몇 없었는데, 이시 우드의 그림들은 나도 모르게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239장이나 찍었나 보다). 

 

<꿀단지 연구>는 외국 빈티지 가게에 가면 있을 법한 알록달록한 곰돌이 인형을 연상케 했다. 눈이 비슷하게 생겨서였다. 굿즈로 피규어를 만들면 분명 사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단지 연구>, 이시 우드. 2022

 

 

<레이디 맥베스 연구>의 경우, 세면대와 수도꼭지를 그린 그림을 이렇게 열심히 보기도 처음이었다. 되게 오래된 세면대일 건데, 실제 사진을 보고 그린 거라면 사진 속 세면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오래되고 지저분했을 수도 있는데. 잘 그린 것도 잘 그린 건데, 오래된 얼룩을 어떻게 저렇게 잘 표현했나 싶었다. 어두운 부분, 조금 어두운 부분, 흰 부분이 수도꼭지에 적당히 들어가 금속 재질을 굉장히 잘 살려낸 것을 보고 있자니 쾌감마저 느껴졌었다. 이걸 이렇게 오래 보고 있다니, 변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이디 맥베스 연구>, 이시 우드. 2023 세면대와 타일 위 누런 얼룩이 리얼하다.

 

 

어두운 부분, 밝은 부분의 대비와 밝은 부분에서 강조되어 나타나는 부드럽고도 깔깔한 (거칠고 까칠한 것의 중간 정도?) 느낌의 붓 터치. 왜 계속 보게 될까?

 

 

자동차를 타는 것, 보는 것,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혼을 갈아넣은 고급스러운 색감으로 그려진 고급 자동차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았다. 빛바랜 터콰이즈 계열의 그린에 옐로우가 들어간 이 색감! 서로 대비되면서도 서로에게 흡수되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는 것이 신기했다.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색감과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욱더 취향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이모한테 전화 왔어 (Your Aunt Called)>, 이시 우드. 2022

 

 

이시 우드가 의미 부여와 말장난을 좋아한다는 것에 더욱 확신을 실어주는 근거는 작품의 제목들이다. 위 자동차 내부 그림에 붙인 제목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를 연상하게 한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이 차가 왠지 사촌의 차이고 화자와 사촌이 어떤 관계인지, 어느 시간대에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상상을 하게 되었다. <꿀단지 연구>나 <레이디 맥베스 연구>와 같은 제목은 학술적이고도 건조한 느낌인데, 또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 속 곰돌이나 청소가 안 된 오래된 화장실 세면대를 저절로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1층 전시장 바닥도 전시와 어울리게 꾸민 것이 재미있었다. 꽃 그림은 작품과 같은 스타일의 그림, 숫자는 포스터의 글씨, 그리고 작품 속 시계에 표기된 숫자 글씨와도 비슷한 모양이다. 봄에 갔던 키키 스미스 전시 때도 느꼈지만, 작가가 전시되는 공간까지 활용해 전시장을 무대로 쓸 경우 훨씬 더 정성이 들어간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관람객에게 재미도 주고, 전시 관람의 몰입도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층 계단 위쪽 바닥.

 

2층 전시: 큰 그림들

2층에는 가로세로 100cm 이상의 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의 작품도 한 시간은 넘게 봤는데, 2층으로 가서 큰 그림들을 보면서 더 깜짝 놀랐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퀄리티를 큰 사이즈의 그림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를 꽉 잡기 위한 연구 (Study for me holding you tight)>, 이시우드. 2021. 146x110x4.5cm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닌가 싶을만큼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미술에선 잘하고 못하고가 작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회화 작가로 이름을 알릴 수준이 되려면 기복 없이 안정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작은 사이즈, 큰 사이즈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구도와 색감으로, 일관적으로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봐 엄마, 충치 없어 (Look Ma, no Cavities)>, 이시 우드. 2023. 120x265x6cm

 

큰 작품에서도 작품 네이밍 센스가 빛을 발한다.

 

<릴 릴 (Rill rill)>, 이시 우드. 2023. 120x230x5.6cm

 

2층에서는 이 작품이 특히 좋았다. 여러 개의 방울이라는 소재로 패턴을 이루면서, 그렇지만 다 다르게 생겼고 다 다른 빛깔인 것.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오브제, 시계

 

시계를 어떤 의미로 넣었는지는 몰라도, 전층에 전시된 작품에 걸쳐서 시계가 등장한다. 어떤 의미를 넣지 않았어도 단순히 시계를 좋아해서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다. 1층의 작은 그림들부터 시작해서 2층의 큰 그림, 3층에서 재생되는 뮤직비디오까지 말이다. 어쩌면 '나는 보기를 좋아한다.' 에서, to를 빼고 '나는 시계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알약! 진짜 나! 너의 스케줄! (Pills! The real me! Your schedule!)>, 이시 우드. 2021. 살바도르의 달리가 생각났던 초현실적 회화.

 

흐물거리지 않고 형태가 갖춰진 시계이지만,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시계와 토끼를 같이 놓은 작품도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것도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앨리스 책 삽화로 들어간 시계 토끼나 디즈니에서 나온 시계 토끼를 그린 것은 아니어서 확실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시 우드가 미술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고리타분하거나 뻔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면,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시계 토끼를 그리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나 늦었어, 나 늦었어에 대한 연구 (Study for I'm late, I'm late)>, 이시 우드. 2022

 

그리고,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재 등으로 인해 같이 놓여 있는 작품들이 물과 기름처럼 서로 붕 떠보이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울렸다. 판매를 위해 단편적으로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전시까지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한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컨셉으로, 더 나아가서는 작가 자신의 세계관이나 우주관이 드러나도록 작업을 시리즈로 하는 것이 이왕이면 유리한 것 같다. 여러 점을 소장할 때의 소장 가치도 더 높아지고. 

 

<그렇다고 합니다 (Or so I've heard)>, 이시 우드. 2022. 120x270.5x5cm

 

까르띠에에서 이 그림을 보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이시 우드의 그림은 명품 브랜드와 참 잘 어울린다. 

 

1층에 있는 그림 중 <포르쉐 드라이버 스타터 팩 (Porche Driver Starter Pack)>의 경우, 후드 티로 판매되고 있었다. 무려 35만원이라는 가격으로.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작가를 좋아도 저걸 사고 싶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회화 작가의 그림이 들어간 옷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분명 소장 가치를 느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원화 그림보단 훠어어어얼씬 쌀 거라는 점에서 35만 원쯤이야, 하고 선뜻 사는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옷이라는 점에서 나름 실용적이기도 하다. 그림은 걸기만 할 수 있지만, 옷은 365일 열심히 입고만 다녀도 본전이다 생각하며 구매 이유를 합리화할 수도 있지 않은가. 모자에 기모가 달린 후드이니 물론, 늦은 봄 여름 초가을엔 못 입겠지만. 

 

 

모자에 기모가 달린 후드 티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는 <포르쉐 드라이버 스타터 팩>.

 

 

그림 어차피 비싸게 팔리니까 굿즈까지 안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제작과 판매 여부는 어디까지나 작가와 미술관/갤러리의 선택의 영역이고 구매는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 사람들이 사는 것. 원화 그림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있고 그걸 팔아서 창작 활동에 보태면 작가는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창작에 전념할 수 있지 않을까? 창작자의 입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방법이면서 필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시 우드가 작품에 넣은 시계, 자동차 등의 오브제들은 물론 의미도 있겠으나 관련 상품 제작과 판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를 노려 전략적으로 선택한 아이템이기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3층 전시: 옷에 그린 그림과 책, 영상 

 

3층에는 옷이 잔뜩 걸려 있다. 바닥엔 부츠도 놓여있다. 같은 전시가 맞는지 처음엔 의아했다. 알고 보니 그냥 옷과 부츠가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옷과 부츠를 전시한 거였다.

 

DKNY 스커트에 그림을 그리는 스케일과 발상. 물론 구제 샵에서 사온 느낌이지만?!

 

 

명품을 모아 파는 부티크 샵에서처럼 걸려있으니 재미있었다. 2층에서도 벨벳을 캔버스로 해서 그린 작품이 신기했었는데, 아예 옷에 오일 페인팅을 한 작품들이 있다니! 부츠에 그린 그림들도 너무 재미있었다.

 

각 부츠의 색감과 질감의 맞는 그림.
초록색 부츠에 이티는 너무 재미있잖아?!

 

옷과 부츠에 유화를 그린다는 발상도 재미있고, 어디에 그려도 양질의 작품이 나오는 것에도 또 한 번 감탄했다. 

 

한쪽에는 이시 우드가 쓴 책과 전시장에 없는 그림들 도록이 전시되어 있고, 이시 우드가 만든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직접 만든 노래와 뮤직 비디오까지 그림들과 닮아있는 것마저 일관성 있었다. 미술관에서 대중음악이 흘러나오는 명품관 체험을 하는 느낌이 들어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이시 우드는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았을까

 

미술사를 조금 훑었을 뿐 아직도 지식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이시 우드는 벨라스케스 포함 고전주의와 인상주의를 많이 공부하고 트레이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 작가 중에선 모란디, 뤼크 튀이만, 에드워드 호퍼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곱고 부드러운 느낌은 모란디, 붓 터치는 뤼크 튀이만, 어두운 분위기는 에드워드 호퍼. (개인적인 감상일 뿐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른다.)

 

 

그림을 완성하는 이시 우드의 고의적인 '실수'

 

그림을 여러 번 보다 보니 굳이 없어도 될 선이 왜 그어져 있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옥에 티처럼 말이다. 완벽주의자가 유독 많은 한국에서는 이런 작품을 보면 분명 왜 저기 저런 선이 있어,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작업하다 보니 어쩌다 그어진 선일 수도 있지만, 안 그럴 수 있는데 그어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선이었다.

 

옥의 티를 찾아보자.

 

 

색감도 그림 스타일도 굉장히 정돈되어 있는데, "나도 자유롭고 싶어," 내지는 "이거 사람이 그린 거야" 하는 느낌으로 장난치듯이 그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시 우드라면 그마저도 의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저렇게 방울 위에 찍 그어놓은 것을 싫어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저런 부분이 있어서 이 작품이 좋았다.

 

 

이시 우드 팬도 뭣도 아닌데, 전시를 보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보이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고, 관람객이 작품 여기저기서 볼 수 있도록 의도했을 것이다. 진짜 같은데 진짜가 아닌 것. 그렇지만 생각과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경험으로 남는 것. 그게 미술 전시라는 거겠지?

 

작품 전체를 어떻게 보면 흐린다고 볼 수도 있는 이질적인 지그재그 직선 터치.

 

11월 12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시 우드의 전시

이시 우드의 전시는 일민미술관에서 이번달 12일까지 열린다. 연간 멤버십이 있으면 무료 입장 가능하다. 멤버십이 없다면 입장료는 성인 기준 9,000원이다. 1, 2, 3층에 걸친 전시인 점을 감안하면 입장료는 다른 전시에 비해 저렴하게 느껴졌다. 입장료가 비싸다 느껴지면 전시를 보고 나와서 그 비용이 아깝단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본 전시는 이시 우드의 세계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어서, 입장료가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시 기간이 더 많이 남아있었다면, 두어 번은 더 산책 삼아 가도 괜찮을 것 같았던 전시였다. 어차피 돈은 여기저기 쓰는데,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원화를 감상하는 데 쓰면 나로선 창작을 위한 연구와 공부를 더 하게 되는 셈이니까, 여러 번 갔어도 돈 낭비했단 생각은 들지 않았을 거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층에서 가방을 사물함에 보관하고 다녀오자. 편하게 그림 감상할 수 있다. 239장의 사진은 사물함에 가방을 맡겨두고 몸도 손도 가벼운 덕분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전시를 보기 전엔 이시 우드 알못이었지만, 이런 재미있고 대단한 작가가 동시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흥미로운 전시였다. 다음에 또 한국에 와서 좋은 전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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