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서적

뭉크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티카르트 2024. 11. 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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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이 왜 뭉크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뭉크의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둡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가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에 준 영향이 크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이미경 교수가 쓴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은 나처럼 뭉크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뭉크의 작품과 화가 뭉크, 그리고 화가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준 책이다. 뭉크의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의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책이라면, 뭉크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장용 도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몰랐던 뭉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

 

작품을 보면 작품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든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뭉크의 작품은 워낙 좋아하지 않았던지라, 뭉크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어쩌다 집어든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뭉크에 대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은,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함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책을 보고 아래 공유하는 내용들에는, 화가로서 뭉크가 가졌던 태도도 포함이 되어있다. 

 

1. 스캔들을 이용할 줄 아는 뭉크의 여유와 똑똑함 

 

뭉크 스캔들은 뭉크의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그에 맞서 뭉크의 작품의 방향을 옹호하고 지지하며 따르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의 대립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싫을 수도 있는데, 뭉크는 그런 소란을 오히려 즐겼다고 한다. 괴로워하거나 수습하려 하기보다 이를 가만히 놔두고 관망하는 그의 태도에서 여유와 똑똑함이 느껴졌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저자 이미경

 

 

2.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후원자를 두었던 뭉크 

 

뭉크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후원자들이 있었다.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의 작품일수록 조력자나 후원자가 있으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빛을 발하며 오래오래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다. 후원자들의 초상화를 제작해 '야외 스튜디오에 호위무사처럼 둘러 세웠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110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111

 

작품을 실내에 애지중지 보관하기보다, 야외에서 눈비를 맞혀 가며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담기게 한 것 역시 재미있다. 뭉크가 이를 '캔버스에 시간이 층이 쌓이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나 루시안 프로이드가 생각하는 시간의 쌓임과는 또 다른, 시간의 쌓임에 대한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뭉크의 작품을 후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를 도와주고, 도록을 만들어주고, 법적, 의학적 자문을 주었던 후원자들도 있었다. 대단한 인복이 아닐 수 없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까지 도와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뭉크는 인성이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3. 뭉크의 대표작, <절규>에 숨겨진 작은 낙서 

 

뭉크를 잘 몰라도, 그림에 관심이 없어도 그의 대표작 <절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그 그림에는, "미친 사람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라는 작은 낙서가 쓰여 있다고 한다. 누군가와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앙금을 품었을 때 어떻게라도 작은 복수를 하고야 말았던 뭉크가 쓴 글인 것 같다는 내용이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21

 

 

왜 낙서를 했는지는, 책을 찾아보자. 다만, 이 글은 이 책의 구매를 유도하는 목적의 글이 아니다. 

 

4. 복수도 그림으로 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뭉크 

책에 따르면, 뭉크는 혼자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외로운 것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 반가워하다가도 싸우고 집에 들어오는 일도 꽤 있었다고 하니, 사람들에겐 괴팍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은 고흐랑 비슷한 것도 같다). 기분을 언짢게 한 대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복수를 했다고 하는데, 화가답게 복수도 그림으로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50

 

크로그를 못나게 표현한 그림이 아래 캐리커처라고 한다. 드로잉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우스꽝스럽다거나 못생겼다는 생각보단 귀여워보인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한 분풀이도 그림으로 했다고.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아래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웃집 개에 대한 복수심에서 태어난 그림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가 살아있다면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분풀이를 한 것이 맞는 것인지...?!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5.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뭉크의 그림 

 

뭉크는 그림을 그릴 때의 감정 상태에 따라 굉장히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였다고 한다. <절규>와 같은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이는 대로의 모습, 느껴지는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책에 실린 <카를 요한의 저녁>이라는 작품 하나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카를 요한의 저녁>, 뭉크. 1892년 (사진 출처: 구글)

 

작가가 그린 카를 요한의 거리는 실제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27

 

저녁이 된 거리에 그림에서처럼 사람이 많아진 상태이더라도, 뭉크가 그린 그림과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림에 나타난 분위기는 뭉크의 감정 상태라는 뜻이다. 

 

6. 뭉크의 건강과 작품 분위기와의 상관 관계

 

총기 사건으로 손과 팔에 부상을 입어 마비를 겪고, 유전적인 마음의 고통에 시달리는 등 뭉크에게는 육체적인 어려움도 많이 있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건강을 해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일도 있었지만,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해진 뒤에 그린 작품들은 잘 알려진 뭉크의 작품과 달리 분위기가 아주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들이었다는 내용을 책에서 보았을 때, 내가 아는 뭉크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음울한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리던 뭉크가 건강을 회복해 밝은 분위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작품을 통해 예술가가 전해야 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된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65

 

7.  뭉크가 그림을 그린 의도 

 

예술 작품이 보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고, 가능하다면 기쁨, 평온, 영감 등 사람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를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나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뭉크에 대해서 놀라웠던 점은, 그가 단순히 순간순간의 감정을 어쩌지 못해서, 또는 표출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뭉크 역시, 루시안 프로이드처럼 진실함을 추구하고 작품에 이를 담아내고자 노력한 또 한 명의 화가였던 것이다. 뭉크가 그림을 그린 의도가 그러하다니, 우여곡절 끝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그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가 갔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88

 

이미경 교수의 말에 따르면, 뭉크의 작품은 '그림으로 쓴 일기'이면서 '영혼의 일기'이기 때문에 '색이 숨을 쉬고 선이 움직인다.'

뭉크의 작품들을 가리켜 '극도의 슬픔과 외로움을 인내하고 견딘 한 인간의 인생 보고서'라고 표현한 이 교수의 표현에서, 고된 삶을 끝까지 살아낸 뭉크라는 사람이 느껴졌다. 그리고, 뭉크를 아주 많이 연구하고 그와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모습까지 보여 뭉클해졌다. 설명이 많아 다소 건조하다 느껴질 수 있는 미술 서적을 보면서 잘 느끼지 않는 감정을 느끼게 되다니! 드물고 귀한 경험을 하게 해 준 뭉크와 책의 저자 이미경 교수에게 감사했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8.  컵에 담긴 물은 반만 남은 것인가, 반이나 남은 것인가 

 

컵에 담긴 물은 반만 남은 것인가, 반이나 남은 것인가. 이를 어떻게 볼지는 이를 보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태도에 달려있다.

눈의 혈관이 터져 일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게 되고 왜곡된 시야를 가졌을 때, 뭉크는 이를 '예술가의 눈을 얻은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보이는 것이 평소와 달라졌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를 소상히 기록하고 그림을 그리는 데 반영했다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플 때는 걱정이 되어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마련인데 - 특히나 타고난 뭉크의 불안, 우울의 기질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기가 쉬울 텐데도 - 이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다니. 뭉크는 컵에 담긴 물이 반이나 남은 것으로 보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역시, 거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89

 

창작자로서 모작해보고 싶어지는 뭉크의 작품들 

 

책을 보는 동안 몰랐던 뭉크의 그림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1895년도에 제작된 아래 사진의 자화상은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 알고 있었지만, 이를 포함해 몇 점 모작해보고 싶어지는 작품들이 있어 사진으로 남겨둔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아래 그림은 네 명의 어린이의 특징을 잘 포착해 그린 듯 한 점과, 색감이 환하고 아름다운 것이 좋았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p.241

 

건강을 회복한 시기에 그려졌던 것 같은 아래 그림은, 뭉크 그림답지 않게 직선이 많이 쓰였다. 직선을 많이 쓰면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여백 처리가 되어 있어 한 번 그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도서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도서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92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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