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호크니 하드 캐리, DDP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시 팝아트 미술 전시

티카르트 2023. 8. 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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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DDP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미술 전시에 다녀오다 

 

동대문 DDP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미술 전시 입구.

 

 

3월 주말에 다녀온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시 팝아트 (David Hockney & British Pop Art) 미술 전시. 미술 전시보다는 박물관에서 그림을 전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던 전시였다. 작품도 많고, 사람도 많고... 팝아트라서 그랬는지 팝아트가 흥했던 당시의 노래를 틀어놓았는데, 그 노래가 참 정신이 없어서 그림에 집중하기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도 호크니 작품이 많아서 호크니 그림은 열심히 보고 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때는 오전 일찍 가면 기다리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호크니가 하드 캐리한 전시 

 

전시 제목을 잘 지었다고 말하기엔 좀 고민이 된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브리티쉬 팝 아트라는 이름에 맞게 호크니와 브리티쉬 팝 아티스트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호크니가 메인 디쉬면 브리티쉬 팝 아트는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메인과 애피타이저가 따로 노는 느낌이어서, 그럴거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만 모아서 호크니 전시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호크니의 대표작들이 온 건 아니어서 개인전으로 하기엔 약한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호크니 작품을 보러 간 입장에서는 호크니 그림이 많아서 좋았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호크니가 하드 캐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럴거면 호크니 개인전으로 해줘.jpg

 

화집에서 보지 못했던 호크니의 작품들 

 

호크니의 일러스트레이션, 에칭, 리소그래프 작품들이 꽤 있었다. 호크니 화집에서 본 적 없는 작품들이 꽤 있어서, 호크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크니가 그린 그림 형제 동화 일러스트레이션.
호크니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
호크니의 에칭 작품.

 

에드워드 호퍼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보면서 아, 호크니도 외주를 하던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퍼와 달리 호크니는 외주도 재미있어하면서 그렸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최면술사,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의 경쾌한 색감이 들어간 작품. 호크니의 소파 그림들을 좋아한다.

 

호크니의 그림에 들어간 그린은 경쾌하고 눈이 시원해지는 색감이다.

 

호크니도 꽂히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리면서 연작을 만드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참 유명한데, 그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호크니의 그림들은 관찰한 것들을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서 보여주어서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기발하고 재미있는데, 예쁘면서도 질리지 않고 오래 볼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나다. 

호크니의 올림픽 포스터.
호크니는 어떻게 물을 저렇게 표현하고, 물 그림자를 노란색 보라색 보색 대비로 넣었을까?!

 

물을 리얼하게 잘 그리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호크니처럼 그린 사람은 없으니까. 호크니, 하면 생각나는 물의 이미지가 확 떠오르니 말이다. 그런 면을 배우고 닮아서 내 것으로 흡수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창작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겠다. 

수영하는 제리, 데이비드 호크니.

 

호크니의 말을 벽에 옮겨놓은 것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크릴 물감을 엷게 희석한 것에 세제를 섞어 캔버스에 바르면 캔버스가 물감을 흡수하면서 물이 움직이는 느낌, 젖은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장의 말을 새겨듣자.jpg

 

이런 걸 알려줘도 똑같이 구현하지는 못하니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가르쳐줬는데, 그대로 못하면 가르쳐준 그 사람이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 사람을 더 존경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경험이 더 많았다.

 

세상을 바꾼 호크니의 그림들. 호크니의 말에서 그림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볼 수 있다.

 

호크니의 물을 주제로 한 큰 공간도 있었다. 풀장 바닥을 걷는 기분이었다. 

 

 

호크니의 사진 콜라주, 알파벳, 미술 전시 포스터와 극장 포스터 등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참 가리는 거 없이, 재미있게 다작한 그림 덕후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친근한 느낌도 든다. '나는 화가다' 하는 식의 권위 의식 같은 게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지금까지 오래오래 살면서 아이패드로도 그림 그리고 하는 거겠지?

 

브리티쉬 팝 아트 작품들도 볼만은 하다 

 

브리티쉬 팝 아트의 역사를 훑는다는 측면에서는, 호크니 외 타 아티스트 작품들도 볼만은 하다. 다만 호크니와 같이 놓여있으니 많이 대조가 되면서 덜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 번 보면 질려버려서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야 하는 작품들도 많으니까. 호크니와 비교해 그들이 못하다던지 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솔직한 감상이 그렇다. 왜 호크니를 거장이라고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맨하탄 상류층, 패트릭 콜필드. 이런 건 좀 재미있었다.
더 비틀즈, 피터 블레이크.
여성의 몸을 남성의 우월적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상품화했던 팝 아트 시대의 작품을 보면 예쁜 건 둘째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영국 가수들 음반 앨범 표지 작업 모음도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다양한 작가들이 작업한 앨범 표지 가운데 설명을 보지 않아도 어느 게 호크니 작품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크니 찾기.jpg

 

가볍게 볼만 하지만 제 돈 주고 보기엔 아까운 전시 

 

가족, 친구들과 나들이 나와서 가볍게 전시 보면서 수다도 떨고 밥도 맛있는 거 먹고 하고 싶은 날엔 괜찮은 전시다. 그렇지만, 이걸 제 돈 주고 보기엔 아깝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선 조금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다고 하겠다. 얼리 버드로 예매해서 가서 참 감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크니 작품을 보러 가는 거면, 그리고 할인 받아서 가는 거면 다녀오라고 하겠다. 그게 아니면 다른 전시 보러 가도 괜찮지 않겠냐고 슬쩍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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