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현대 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의 2인전 - 페이스 갤러리

티카르트 2024. 9. 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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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위치한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이우환 & 마크 로스코 전시에 다녀왔다.

마크 로스코의 유족들과 이우환이 협업하여 만들어진 전시라고 한다. 

본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2층에서 만난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찍을 수 없었다.

대부분 196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어두운 조명 아래 작품이 놓여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로스코의 원화를 보는 것은 처음인데, 많은 색을 쓰지 않으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특히 검은색 위에 놓인 검은색에서는 신비한 깊이감이 느껴졌다 (작품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직접 감상한 원화가 훨씬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크 로스코는 러시아의 통치 아래 있었던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온 뒤에 미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작가이다.

현대 추상 미술의 선구자 격인 작가로, 이우환에게도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활동 후기에는 포시즌 레스토랑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으나 자신의 작품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장식 용도로 쓰이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높은 금액으로 받았던 커미션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작품은 하버드 대학교, 테이트 갤러리를 포함한 여러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평생 검소하게 살며 미술 작업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작가로서 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갤러리 3층에서 만난 이우환의 최근 작품들

 

갤러리 3층에서는 이우환의 최근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로스코의 작품과 달리, 이우환의 작품은 밝은 공간에 놓여져 있었다.

기존 이우환의 작품들보다도 밝은 느낌의 작품들이었는데, 로스코의 작품과 대비를 이루는 작품들을 엄선한 것이었을까? 

 

 

 

이우환의 기존 작품들이 워낙에 깊이가 있고 명상적이라, 이우환 하면 상당히 강한 인상으로 내 안에 떠오른다.

기존 작품들을 사랑했던 나로서는, 비교적 가벼운 최근작들이 조금 아쉽게 다가왔다.  

 

 

 

작가 입장에서는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것을 한 번 시도해보자는 생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일 수도 있겠는데,

작업 당시 작가의 의도, 기분과 작업 과정이 궁금해졌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라데이션 기둥 하단에 아주 밝은 주황색 물감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 번에 가볍게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 역시 전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 여러 번에 겹쳐서 그렸을 것이다. 

 

 

 

페이스 갤러리에서 본 작품들 중엔 아래 작품이 느린 물결처럼 보여 좋아보였다. 

얼핏 보면 비슷하게 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기둥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전혀 다른 파동의 물결을 가진 기둥들이다.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 구분하기 위해 화살표를 캔버스 프레임 옆면에 표시해둔 것이 재미있었다. 

글씨도 기둥에 쓴 색깔로 쓴 것이 센스 있다. 

 

 

 

작품 하나 하나 놓고 보면 요즘엔 작가가 이런 방향으로 작업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어 흥미로운 전시이지만

마크 로스코와의 2인전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두 작가의 작품들이 서로 어우러지는지를 살펴본다면,

잘 모르겠다는 답이 떠오른다. 

 

이번 전시에서 본 최근작보다 좋았던 것은 페이스 갤러리 바깥에 놓인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이다. 

 

 

 

이우환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고요함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공간에 어울리도록 고심해서 놓았을 돌과 철판.

둘의 관계는 옆에서 볼 때와, 위에서 내려다볼 때 모두 다른 모습, 다른 느낌으로 드러난다.

 

 

 

날이 좋아 철판 위에 비치는 햇살이 아름다웠다. 

 

 

 

어느새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도 보인다.

곧 단풍이 들면 작품이 있는 이 곳은 더욱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철판에 무심한 듯 작게 비친 무지개. 

 

 

 

더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면 좋았을 이번 전시 

 

마크 로스코, 이우환의 작품은 모두 추상적이면서도 미니멀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널찍한 공간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마주 바라보는 형식으로, 대화하듯 마주보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Correspondence>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말이다. 이우환이 이번 전시에서 추구한 바도 아마 작품 사이에 서로 교감하는 것, 작품들을 보는 사람들이 작품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2층과 3층의 작은 공간에 다닥 다닥 전시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페이스 갤러리 자체는 아름답지만 말이다. 다른 좋은 날에, 아름다운 곳에서 마크 로스코와 이우환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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