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그 존재 자체로 존재한다,' 손정민 전시 - 안다즈 서울 서울옥션 X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이다
오늘 서울옥션 X에서 손정민 작가의 전시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전시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어떤 내용의 전시인가 궁금해 가보았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말장난인가 했는데,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미국 작가가 1913년에 쓴 시인 <Sacred Emily>에 나오는 표현이었다. '장미는 그 존재 자체로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평이한 듯 평이하지 않은 문장에 의미를 담았기 때문에 시도 100년이 넘도록 기억되고 인용될 수 있는 걸까. 전시 제목으로 데려온 문장의 의미처럼, 전시된 그림도 그 자체로 관람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평온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
안다즈 서울 서울옥션 X에서 전시되고 있는 손정민 작가의 그림들은 모두 2024년 올해 그려졌다. 모두 평온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다. 전시되는 공간이 어디인지에 따라 어떤 대상을 어떤 느낌으로 그릴지도 미리 생각을 하고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가 그리던 스타일대로 그려진 그림들이기도 했지만. 걸리는 공간이 호텔 입구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이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는 그림을 걸어야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손정민 작가에게 전시 제의가 간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전시 설명 옆에 걸려있던 위 그림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아래는 손정민 작가의 피드에서 많이 본 여성의 초상화. 이렇게 그려진 여성의 얼굴을 그림으로 만나면 손정민 작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작가 이름을 보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 이름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어떤 캐릭터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만나본 적도 없고 실존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왠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질감이 상당히 두껍고 거칠게 표현이 되었다.
민소매 옷의 끈 부분이 고르지 않고 두껍게 남은 부분은 마감이 고르지 않은 옷의 가장자리를 표현한 것일까?
손정민 작가를 떠올리면 위와 같은 분위기의 여성의 얼굴이 먼저 생각나는데, 실제로 봤을 땐 인물화보다는 의외로 꽃 그림이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물감이 두껍게 남지 않도록 곱고 얇게 그렸으면 또 어떤 분위기의 그림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하다.
그렇게 했으면 설명된 전시 기획 의도와 같이 더 평온하고 순수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왜 두껍고 거친 느낌의 질감을 살리려 했는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귀여운 사이즈의 백조 그림도 있었다.
물결의 파동이 커서 그런지, 왠지 요동치는 호수에서 쉼 없이 발을 놀리고 있는 백조의 힘겨움을 상상하게 되었다.
갤러리 공간이 생각보다도 더 작았는데, 그 작은 공간 안에 아기자기하게 그림이 서로 조화롭게 들어가 있어 재미있었다.
거트루드 스타인이 시를 썼던 1913년대의 한가로운 미국의 전원 풍경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총 20여점의 그림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실제 전시에서 본 그림의 수는 그보다는 좀 많이 적었던 느낌.
작품이 더 있는지 물어볼 걸,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시원시원하게 그려져 좋지만, 그림에서 주고 싶다고 설명되어 있던 의도에 비해 너무 거친 느낌이라 이렇게까지 거칠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호수에 있는 오리 한 마리가 귀여웠던 그림.
서울옥션 X 공간이 작아서 그림은 금방 다 볼 수 있었다.
책에 인쇄되는 그림과, 물감을 사용해 크고 작은 캔버스 위에 그리는 원화의 느낌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창작자로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전시였다. 작가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 창작자로서 궁금했을 뿐, 그림이 좋다 나쁘다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 판단하여 비판할 의도는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혀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