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시처럼 부드럽고 고요한 비디오 아트 - 빌 비올라 국제갤러리 전시

티카르트 2025. 1. 23. 19:28
반응형

<Moving Stillness>, 빌 비올라 국제갤러리 전시 

 

1월 26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빌 비올라의 전시에 다녀왔다. 

본 전시는 <Moving Stillness>라는 제목으로, 빌 비올라의 영상 미술 작품들을 국제갤러리 K1, K3 두 관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빌 비올라,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빌 비올라는 1951년 뉴욕에서 태어나, 회화와 뉴미디어, 인지심리학, 전자 음악을 배운 후 19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 활동을 시작했던 백남준에 이어, 비디오 아트를 50여 년에 걸쳐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확립하는 데 기여한 선구자적 작가이다. 

 

백남준과 빌 비올라 작품의 차이점은 

 

백남준 작업의 주요 주제는 기술의 사회적 영향, 유머와 풍자 등이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 세트, 퍼포먼스, 음악 등을 사용해서인지, 백남준의 작품은 다채롭고 재미있다, 유쾌하다는 느낌이 주로 든다. 빌 비올라는 영성, 존재, 죽음, 시간과 같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철학적인 내용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대형 비디오 설치, 슬로우 모션 기술 등을 이용한 빌 비올라의 작품은 심오하고, 명상적이며, 상징적이고 고요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처럼 부드럽고 고요한 비디오 아트 

 

백남준의 작품은 여러 번 접할 기회가 있어서 그 특징을 잘 알고 있었던 반면, 빌 비올라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접한 빌 비올라의 작품은 시처럼 부드럽고, 고요하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강렬하고 파격적인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런 작품들 역시 영상 장면 자체는 부드러워서 보기에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3분에서 30여분까지, 다양한 시간 길이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노이즈 많은 화면이 마음에 들었다.  

 

 

 

아래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소리도 없이 한 여자만이 영상에 나오는데,

화면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바뀌는 여자의 표정을 세세히 목격하는 것이 내게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렇게까지 주의 깊게 상대의 표정을 살피게 되는 일이 잘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아래 두 작품에서도 천천히 바뀌는 화면 속에 여러 풍경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리가 없이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선명한 영상들이 많은데,

이렇게 약간은 흐릿하고 색감이 부드러운 옛날 감성의 영상을 어두운 곳에서 보게 되니 눈이 더 편안하고 좋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영상이 특별히 눈 건강에 더 좋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래 작품에선 지지직거리는 듯한 화면 바뀜이 예뻐서 찍으려고 했는데, 잘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영상작품도 직접 보는 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작가의 메시지도 잘 와닿게 된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본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본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K3관에서 볼 수 있었던 아래 작품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Moving Stillness>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다. 

 

아주 어두운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니, 옆에 누가 있는지 잘 보고 서로 방해하거나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처음엔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냥 산의 이미지일 뿐이다. 

 

<Moving Stillness: Mountain Rainier 1979>

 

움직이지 않아 사진과 같아 보이는 영상에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영상 아래쪽에 설치된 물에 갤러리 직원 분이 도구를 넣어 파동을 일으킬 때이다. 

 

물에 파동이 일면, 아래와 같이 산의 이미지가 일렁일렁 물결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그 모습이 아주 환상적이다. 

 

<Moving Stillness: Mountain Rainier 1979>

 

비디오 아트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준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7월 작고한 빌 비올라 작가에게 감사함과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낸다. 

 

<끝>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그리고 명상적인 시각 미술 작가 제임스 터렐 관련 포스팅:

 

https://tikart.tistory.com/entry/%EB%AE%A4%EC%A7%80%EC%97%84%EC%82%B0%EC%97%90%EC%84%9C-%EB%A7%8C%EB%82%9C-%EB%B0%B1%EB%82%A8%EC%A4%80%EA%B3%BC-%EC%A0%9C%EC%9E%84%EC%8A%A4-%ED%84%B0%EB%A0%90-%EA%B7%B8%EB%A6%AC%EA%B3%A0-%EC%A1%B0%ED%98%95-%EC%9E%91%ED%92%88%EB%93%A4

 

뮤지엄산에서 만난 백남준과 제임스 터렐, 그리고 조형 작품들

뮤지엄산은 강원도 원주의 산 속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한솔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구성되어 자연과 인간의 미술 작품

tikart.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