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미술 학도에게도 영감을 주는 현대 건축의 거장, 안도 타다오의 뮤지엄산 전시 '청춘'

티카르트 2023. 11.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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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는 한국에서 특히 사랑 받는 현대 건축의 거장이다.

미술 전시는 아니지만, 미술 공부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고할 것이 꽤 많았던 전시여서 기록을 남겨본다.

 

12월 3일까지 연장 전시되는 안도 타다오의 전시 '청춘'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산에서 열리는 안도 타다오의 전시, '청춘.' 

 

'영원한 청춘에게.' 푸른 사과에 적힌 안도 타다오의 친필 글씨. 글씨 색이 안도를 대표하는 노출 콘크리트의 색과 닮아있다.

 

원래는 10월 말까지 전시 계획이 있었으나, 12월 3일까지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다.

안도가 지은 뮤지엄산에서 열리는 전시여서, 그의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시 기간 연장은 매우 기쁜 소식이었을 것 같다.

 

방문한 날은 지난 토요일인 11월 11일. 

날씨가 추워져서 밖에서 오래 산책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떨어지기 직전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었다.

 

뮤지엄산 본관 바깥에 위치한 워터 가든. 카페에서 바로 나갈 수 있다. 물 앞에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여기서 잠깐! 예매와 가방 보관 TIP

 

네이버 예매도 가능하고, 현장에서도 예매 가능하다. 네이버 포인트를 이용할 거라면 네이버 예매를 추천한다.

가방 보관의 경우, 매표소 근처에 가방 보관함이 있다. 무료 보관이고, 비밀번호를 설정해 잠그는 종류는 아닌 것 같았다.

빈 곳을 찾아 열어보면 다른 관람객의 가방으로 차 있는 경우가 있다. 귀중품을 따로 들고 다닐 거라면 가방을 넣어두어도 무방하다.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들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청조갤러리에서 총 5개 파트로 나뉘어진 전시

 

전시는 안내문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면서 보게 되어있다. 총 5개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서, 보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두어시간은 5개 섹션을 쭉 둘러보고, 이후에는 더 보고 싶은 부분들을 골라서 더 보는 쪽으로 감상했다.

뮤지엄산에 처음 가본다면 미로 같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화살표를 잘 따라 가면 길을 잃을 일은 없다.

 

 

그의 건축물을 닮은 안도 타다오의 드로잉

 

건축은 좋아하는 것이지, 잘은 모른다. 그렇지만 건축과 미술이 정말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선과 선이 만나 면이 되고, 면과 면이 만나면 평면에서 입체로 바뀐다. 이를 종이나 캔버스에 표현하거나, 조각 등으로 표현하면 미술이다.

이를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표현하면 건축이 된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잘 그리는 건축가들도 많은데, 안도 타다오도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할 때 그림을 많이 그린 모양이다.

전시되어 있는 드로잉들을 보니, 건축물에 대한 애정, 기하학과 명도에 대한 안도의 관심, 그리고 이해도가 느껴졌다.  

 

색을 몇 가지만 쓰고도, 선과 색으로 대상을 잘 표현했다. 묘사를 하려는 의도보다, 건축물의 구조와 빛과 그림자의 위치 등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둔 것이 보였다. 

 

안도가 건축 공부를 위해 떠난 해외 여행에서 그린 그림들.

 

대체적으로 힘이 느껴지는 선이라서 좋았다. 

 

 

현대 미술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이런 점에서, 안도의 드로잉은 거추장스럽게 치장하지 않고 단조롭게 느껴질만큼 단정한 그의 건축물을 닮았다고도 느꼈다. 

 

어떤 드로잉에선 캐릭터같이 생긴 동물이 나와 해학적인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기도 했다. 독학으로 공부할 때 돈이 부족해도 꼭 보러 가야지, 하면서 해외로 여행을 갔다고 했었는데, 재정적으로 어떤 상황에 있든 즐겁고 집중도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가끔씩 뜬금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재밌는 캐릭터. 해태인가? 안도 타다오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건축가답게 기하학을 충실히 이용하고, 건축물을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지을지 고민한 흔적도 많이 보였다. 

 

도면을 그리기 전에 거치는 드로잉 단계. 생각에서 선으로, 도면으로. 모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탄생한다는 말의 의미를 여실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미술 공부를 하면서 창작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건물에서 기하학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드로잉을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건물을 그릴 때, 또는 단순하고 심플한 그래픽 작업을 할 때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는 콜라주도 한다. 뮤지엄산 개관 기념으로 한 드로잉에, 뮤지엄산 건축 의뢰를 한 고인 이인희 여사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오려붙였다.

 

건축물의 드로잉, 도면과 모형, 건축물의 실물까지 모두 감상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건축 업계 종사자들과 건축 학도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다. 건축물의 도면과 모형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였기 때문이다.

전시를 볼 때, 건축 전공인 듯한 대학생들이 모형과 도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안했지만 지어지지는 못한 프로젝트. 알본의 오래된 건물을 되살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 외곽은 살리고, 그 안에 알 형태의 건축물을 집어넣는 형식을 제안했었다.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접했던 건축물의 드로잉, 도면과 모형을 다 같이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안도 타다오의 선은 꽃이 되기도 건물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빛과 그림자를 살려 명도 대비로 생각하는 것이 체화되어 있는 느낌?

 

 

너무 밝지 않고, 조명이 모형에 맞춰져 있어서 눈이 편안해 보기도 좋았다. 

 

그리고, 드로잉과 도면에 등장하는 기하학이 실제로 적용된 뮤지엄산 건물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학습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뮤지엄산의 삼각코트에서 바라보는 삼각 하늘.

 

안도 타다오의 전시를 하기에 최적의 공간, 뮤지엄산.

 

이걸 어떻게 단순히 건축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점, 선, 면, 빛과 그림자 모두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도의 건축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상징 이걸 어떻게 단순히 건축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점, 선, 면, 빛과 그림자 모두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 전시로 이동할 때에도 감상할 수 있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안도 타다오가 공들여 지은 뮤지엄산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 안도 타다오의 전시를 할 수 있었을까?

파트별로 이어지는 전시를 보러 이동할 때, 뮤지엄산의 복도를 걸으며 안도 타다오가 건축물에 담고자 했던 정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전시를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건물 안에서 보이는 워터 가든. 지기 전 단풍이 아름답다.

 

갤러리가 규모가 꽤 있는데, 갤러리 전체를 다 채울 정도로 작업량이 많다는 것이 참 놀랍다. 

장기를 다섯개나 들어냈다고 들었는데, 그러고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강한 정신 덕분이 아닐까. 

 

안도 타다오가 건축물에 담은 정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신을 가진 안도 타다오. 그는 건축물에 어떤 정신을 담았을까?

 

안도 타다오는 의도 없이, 계획 없이 일을 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선을 긋고, 건물 안팎을 오가며 건물을 사용하게 되는 사람의 동선에도 의도를 담아 건축물을 설계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사람이다. 안도 타다오가 건축물을 지은 의도는, 사람의 기억에 남는 건축물을 짓는 것. 건축물을 통해 안도가 사람의 기억에 남는 방법은,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자연을 바라보고, 또 자신을 바라보며 내면을 탐구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과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극대화한 것이다.

 

뮤지엄산 직원들이 워터 가든에 떨어진 낙엽들을 건지고 있다. 귀찮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에서라면 다른 곳에서 사소하거나 하찮게 여겨지는 일도 하는 사람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유명한 유럽 건축물들은 보면서 압도되는 화려한 유형이 많다. 그에 반해, 지나칠 정도로 밋밋하고 매끈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사람의 시선을 건축물을 둘러싼 자연에 머물게 하고,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 안으로 향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내면을 탐구하는 경험으로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깊게 사유하며, 깨달음과 영감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이 강한 정신을 만드는 길이라고, 안도 타다오는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안도 타다오 건축의 특징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대표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일관성 강한 노출 콘크리트 설계 방식이다.

 

건축 사무소를 오픈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의뢰받은 건축물을 지으면서 예산이 부족해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했었다. 

후에 이 노출 콘크리트의 색이나 질감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방법을 고안, 개발 끝에 지금의 매끈한 노출 콘크리트의 형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회색을 늘 쓰는 편이다. 콘크리트의 재료는 건물이 지어지는 곳에서 구해 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이다.

빛과 그림자, 물의 흐름과 같은 자연의 요소가 건축물과 잘 어우러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과 공간 안에 있는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한다. 건축물 내외의 동선 역시, 자연과 자기 자신을 번갈아보며 내면에 귀기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이 부분이 바로 단순히 아름답기만 하거나, 화려하기만 한 건축물들로부터 안도의 건축물이 차이가 나게 되는 지점이다. 

 

인상 깊었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본 건축물들은 기존 안도 타다오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던 건축물들이었다.

 

1. 붓다의 언덕

 

일본에 있는 붓다의 언덕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지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어서, 여러 번 보았다. 

 

붓다의 언덕이 지어지고 난 뒤.

 

겨울에 눈이 엄청 쌓였을 때 특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눈을 헤치고 걸어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붓다는 얼마나 경이로울까? 

 

언덕 주변으로 라벤더가 심어져 있으니, 라벤더 꽃이 만개하는 계절에도 풍경과 향기가 아주 아름다울 것 같다.

 

2. 물의 교회

 

물의 교회는 모형이 아름다워서 자꾸 보게 되었다. 

어떻게 물 위에 십자가를 세운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물의 교회 모형. 모형인데도, 이미 아름다운 작품이다.

 

종교의 유무와 상관 없이 그 곳에서 결혼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몇 년치씩 줄을 섰을 것 같은 느낌이다. 

 

3.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실현되지 못했던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모형에도 눈이 갔다.

9/11 테러 이후,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진 제안이다. 

 

뉴욕 시티의 건물들 사이로 땅에 동그랗게 놓인 것이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이다.

 

지금 만들어져 있는 Memorial도 아름답고 좋지만, 안도 타다오의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가 실제로 만들어졌다면

사람들이 고요함 속에서 세상의 평화, 내면의 평화에 대해서 더 깊게 숙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가 정말 지어졌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상으로 만나볼 뿐이다.

 

안도의 제안이 채택되지 않은 것이 다시 한 번 아쉬워졌다. 

 

4.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

 

건축과 미술의 관계를 긴밀히 만들어주는 또 다른 요소는, 전시되는 공간에 따라 미술 작품이 빛을 얼마나 발하는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팔 때도 매장에서 어느 위치에 무엇이 놓이는지가 매출의 차이를 만든다.

 

미술 작품도 어떤 곳에 어떻게 놓이냐에 따라, 그 작품의 가치가 달라보일 수 있다.

작품을 소장해서 보관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다. 비좁은 원룸에 꽉 차게 걸려 있느냐, 호텔 로비 가운데에 걸려 있어도 비좁게 느껴지지 않고 공간이 느껴지느냐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같은 작품이더라도, 어디서 전시되느냐에 따라 미술 작품의 매출에는 분명한 영향이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것에 혹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안도 타다오와 이우환의 조합은 극강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신을 지닌, 현대 건축의 거장과 현대 미술의 거장의 만남이다. 

 

투박해보이는 미니멀한 건물 안에, 이것도 미술 작품인가 싶은 미니멀에 상징을 더한 이우환의 작품. 건축과 미술, 다른 듯 닮은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이것은 아마도 안도 타다오 건축물 안에 놓인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의 일부.

 

한국에서 오래 전 방영되었던 이우환에 대한 다큐멘터리에도 나오시마의 이 미술관이 나온다 (2010년 미술관 개관). 안도가 이 미술관을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짤막한 인터뷰도 다큐멘터리에 포함되어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안도는 이우환의 작품 세계와 스타일에 대해서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었다. 애정과 존중 어린 마음으로부터 이우환의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보다 보니, 안도와 이우환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색, 질감과 두께의 철판을 각각 건축물과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우환 미술관에도 놓여져 있는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 시리즈에 사용된 철판과 비슷한 것을 안도의 건축물 모형에서도 본 것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모형에서 둥그렇게 놓인 철판.

 

둘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비슷한 소재를 쓰게 된 것일까?

 

나오시마에 더욱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

 

수년간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지켜보고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뱡향을 감히 같이 고민하고 제안을 해도 될까? 그렇다면, 제안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 

 

한 인터뷰에서 안도가 "이제는 건축물을 짓기보다는 돌보고 키워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그라면,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람과 자연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건축물 주변에 자리한 식물들의 궁합을 생각하여 심고, 키친 가든을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붓다의 언덕에 심어진 라벤더? 좋다. 기꺼이 보라에 흠뻑 빠지는 기쁨을 누리겠다.

십자가가 세워진 물, 뮤지엄산의 워터 가든? 고맙다. 물을 보면서 차분하게 내면을 바라보겠다. 

미니멀한 거 좋아하는 거 알겠고, 빛과 그림자 사랑하는 것, 고유한 미학 다 좋다. 

 

그걸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어서 단일 종의 나무나 허브를 관행농마냥 심어버리는 것이 아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자연 농법과, 현대에 와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퍼머컬처 농법 등을 활용해서 다양한 종의 식물들을 고루 심어 이왕이면 거기서 먹을 것이 나도록 하여 건축물이 지어진 지역의 주민들이 식량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키친 가든에 줄 물을 워터 가든에서 끌어오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워터 가든을 빗물을 활용해서 조성하는 방법, 그 물을 필터링해서 건축물 내 부엌, 정수기 또는 화장실에서 쓸 수 있지 않을까?

 

세계 곳곳에 혼을 다해 만든 건축물이 더욱 더 기능을 할 수 있게 키우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한가롭게 탐닉하는 시대는 끝났다. 

두 손 모아 신에게 기도하고, 믿음으로 마냥 기다리는 시대도 끝났다. 

지구를 혼자서 구하는 만능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인기를 끄는 시대 역시, 끝났다.

지금은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 의식으로서 우리 주변의 생태계를 살리는 행동을 실천하는 시대,

지금까지 이뤄온 현대 문명과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류가 만들어낸 기후 위기로부터 인류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대이다. 

 

슈퍼 히어로는 아니지만 건축업계의 거장이며 세계 곳곳에 의미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운 안도 타다오에게는,

그가 지은 건축물들을 옳게, 이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영향력과 책임이 있다.

안도가 건축물을 돌보고 키우는 방향이, 이왕이면 사람이 내면을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자연과 더 친밀하게 상호 작용하며 자연과 주고 받는 관계를 하는 쪽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니, 건강한 몸과 또렷한 정신으로 끝까지 좋은 영향력을 인류에게 주기를.

관람권 할인을 받고 싶다면 11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가자 

 

그리고 사람이 없는 날에 가고 싶다면 평일 오전을 이용하자. 나는 문화의 날 할인 혜택도, 평일 혜택도 누리지 못했지만 일정이 가능한 사람들은 꼭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 안도 타다오를 좋아하니까 내게는 제 값을 주고 보아도 아깝지 않은 전시였다. 그렇지만, 뮤지엄산 관람권이 싼 편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할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일정이라면 사람이 덜 몰리는 평일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2월 3일까지 전시하면 주말엔 분명히 몰릴 것이므로, 그 전에 가서 한적하고 여유롭게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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