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작가 리사 샌디츠의 톡톡 튀는 현대 풍경화
며칠 전, 우연히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한 갤러리 광고를 보게 되었다.
여느 때라면 광고에 걸린 그림을 한 번 보고 휙 넘겨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현대 미술 회화 작품들과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한참을 보게 되었다. 전시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원화도 분명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그림들이었다. 헉슬리-팔러 갤러리 (Huxley-Parlour Gallery) 사이트에서 본 작품들 중 일부를 공유한다.
리사 샌디츠는 누구인가
리사 샌디츠 (Lisa Sanditz)는 미국 여성 작가로, 1973년생이다. 작가의 사이트에서 보니 20년 동안 그림 작업을 해왔다고 되어 있다. 작가가 왜 작품을 하는지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눈앞에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이 살아가며 자연에 주는 영향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헉슬러-팔러 갤러리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샌디츠는 현대 문화와 사람이 자연에 주는 영향을 주제로 하여 경쾌한 색채의 회화 작업을 한다고 한다.
리사 샌디츠의 작품들
헉슬러-팔러 갤러리에 올라와 있었던 샌디츠의 작품들은 거의 다 좋았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들은 아래와 같다.
위 작품은 피드 광고에서 보게 된 샌디츠의 첫 그림이다. 색이 강렬하고 진한 부분, 연하고 밝은 부분, 그리고 비워진 부분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개성이 느껴지는 색채와 매력적인 호랑이 때문에 그림을 더 오래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위 그림도 아주 좋았다. 강렬한 색을 썼지만, 비슷한 계열의 색을 주로 써서 눈이 아프거나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다.
오일 페인팅이지만, 드로잉에 가까운 선 사용이 인상적이었다.
위 그림이 좋았던 이유는 밝고 부드러운 색을 주로 쓴 가운데, 진한 색을 섞어서 쓴 인물들이 부각되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붓터치를 보면 자유로워 보이지만, 색채의 사용은 아주 계획적이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위 작품이었다. 절제된 색의 사용, 그린 듯 그리지 않은 호랑이가 아주 환상적이다. 다만, 인류가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루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생각했을 때, 활기차다 못해 형광 핑크라는 강렬한 색채를 쓴 것은 환경오염이 자연을 물들이는 부자연스러운 색깔, 고통스러운 상황을 무겁지 않게 짚어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주제를 무거운 색으로 다루면 현대인들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겹거나,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작품을 보면서는 후기 인상주의와 많이 닮아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인물을 부각시키지 않고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쓴 것이 좋았다.
위 작품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느낌이 강하게 났다. 곰이 귀엽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이었다. 곰 옆에 그려진 스키틀즈 봉지가 깨알 같다. 스키틀즈 포장지에 쓰인 색과 비슷한 색이 곰에도 일부 쓰였다. 구름같이 보이는 핑크색 부분이 굉장히 세 보이긴 하지만, 주변에 핑크색 부분과 비슷한 세기로 칠해진 노란색, 주황색 부분, 그리고 곰에 쓰인 까만색이 있어 그렇게 튀어 보이지는 않았다.
기후 위기를 떠올리게 되는 경쾌한 그림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형광색을 주로 써서 자연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사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작품에 담아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샌디츠의 의도였다면, 작품이 그의 의도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그림들도 좋았는데, 갤러리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현시대에 필요한 주제를 다루는 리사 샌디츠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내놓고, 한국에도 개인전을 하러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개인전이 열리면, 리사 샌디츠라는 작가에 대해서 몰랐던 한국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작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좋은 기회도 가지게 될 수 있을 테니까. 원화를 직접 보고 싶다. 리사 샌디츠를 포함해, 해결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는 많은 작가들의 목소리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많이 전달되기를.
<끝>
리사 샌디츠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 헉슬리-팔러 사이트:
https://huxleyparlour.com/artists/lisa-sanditz/
리사 샌디츠 작가 사이트:
https://lisasanditz.com/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