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따뜻한 일본 감성 그림 전시, 타바코북스 <1985 Blue Line>

티카르트 2025. 3. 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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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코북스 전시, <1985 Blue Line>

 

타바코북스 전시에 다녀왔다. 

보통 전시에 다녀오면 그 날은 집중해서 그림 보느라 기운이 빨려서 쉬고 다음날이나 이후에 후기를 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아기자기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꾸며져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고 영감도 많이 받았다.

신나는 기분을 참지 못하고 오늘 당장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밤에 후기를 쓴다. 

 

 

나는 어쩌다 타바코북스 전시에 가게 되었나

 

 

타바코북스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떠서 알게 된 작가인데, 

중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정겨운 일본 종이 만화책 감성이라 팔로우하고 그림을 보다가 전시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디지털 작업을 주로 하다 지금은 손그림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피드에서 본 적이 있다.

디지털 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실제로 프린트/상품화된 것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전시를 가보게 되는 편이다.

오늘도 작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그림들을 실제로 보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다양한 크기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들

 

 

아래 그림은 전시 공간에서 에어컨 아래에 붙여져 있던 포스터.

 

그림자가 진 것이 조금 아쉽지만, 왠지 그것도 집이 조그만 일본 문화 감성이랑 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라 

크게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에어컨과 비슷한 너비의 큰 포스터라, 질감이 살아있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리 부분에 채색이 된 부분과 덜 된 부분, 그림자인 듯 연필 자국인 듯 왠지 모르게 때탄 느낌도 재미있었고. 

이 포스터는 손으로 그리고 채색한 뒤 나머지를 디지털 작업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전시에 따로 설명 되어있진 않은데,

운 좋게 전시 오픈 기념(?) 작가 상주의 날이라 감사하게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뭔가 볼 거리가 많으면서도 정신없지 않고 정겨운 느낌의 그림이었다.

 

작품명을 적어 인쇄한 종이가 작은 크기로 붙여져 있으니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영수증 종이에 뽑은 작품 설명도 있었다. 아래에서 오른쪽 사진은, 영수증 종이에 프린트된 설명과 작가가 작업한 음악 앨범 자켓. 

 

 

 

초안 단계에 그린 원화들

 

아래 그림들은 손그림 작업. 

사이즈가 작은데도, 느낌이 좋아서 놀랐다.

작은 사이즈에 완성도 있게 잘 그리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타바코북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림 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재미있는 컨셉. 

 

 

 

1980년대 감성이 물씬 나는 자동차가 맘에 들었다. 

 

 

아래 작품은 맨 처음 봤던 포스터의 수작업 버전.

잘 보면, 다리 부분은 채색이 되어있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에게 물어보니 수작업 이후 디지털 작업을 한 거라고 했다.

컴퓨터로 만지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작가가 말을 걸어준 덕분에 궁금한 걸 물어보고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작업 프로세스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타바코북스 작가는 전시한 그림이나 다른 물건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 있다니!

 

인기 많은 작가들은 역시 다른 것인가.

결국 팔아야 하니, 세일즈를 하려면 그런 붙임성도 있어야 하겠다.

타바코북스 작가의 경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보였다. 

 

 

 

 

난 아래 작품이 꽤 마음에 들었다.

정중앙의 인물의 옷 색깔이 시선을 사로잡는 느낌이나,

인물의 심드렁하면서도 불량한 표정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옛날 일본 만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잘생긴 츤데레 남주 스타일임.)

 

 

 

왠지 일본에 이런 아저씨가 진짜 있을 것 같다. 아저씨 뒤에 빽빽하게 꽂힌 LP판의 느낌이 리얼했다. 

작은 사이즈에 이렇게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다니, 놀랐다. 

 

 

 

아래 그림은 날아가는 비행기.

 

작가 설명에 따르면, 이런 것도 전시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개인 전시라 이런 그림도 고민 없이 전시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예전엔 완성된 것만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요즘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인도 아니고 인터뷰어도 아닌데, 어쩌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가서 이런 자세한 설명을 다 듣고 참 운이 좋았다! 

 

 

 

LP판 자켓 느낌이 참 좋다고 하니, 

작가는 뮤지션과 콜라보를 하지 않아도, 상상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나는 만족해도 아티스트가 만족하지 않을 수 있고, 나는 만족스럽지 않은데 아티스트가 어떻게 해달라는 바를 거절할 수 없어서 

그대로 대중 앞에 나가면 그것도 마음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상상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크기가 큰 작품들은 색감이나 질감을 크게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위 그림 중 왼쪽 위 작품에선 카메라 스트랩이 은근 투명하게 비치는 게 재미있었다. 

 

 

 

붉은 배경의 여자 그림도 좋았다. 

 

 

 

 

 

 

포스터 작품 중 한 개는 몇 년에 걸쳐서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오늘 전시된 것도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위에 있는 Nostalgic Moments가 바로 그 포스터이다. 

 

 

그리고 전시된 작품 중 유일하게 친환경 종이에 인쇄한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만 신기하게 해가 갈수록 색이 예쁘게 바랬다고 한다. 

다른 작품들은 다 흰색으로 유지가 되는데 말이다!

위 사진에서 왼쪽 나무 액자에 걸린 그림이다. 종이 바랜 색이 초록색과 잘 어울린다고 했더니, 리소그래프로 작업한 거라고. 

리소그래프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꼭 작업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 일본 감성 물씬 나는 요런 포스터들. 

집에 두면 질리지 않고 오래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이 아닌 전시 품목도 있었다.

위 물건들은 도쿄북페어 나갈 때 추억이 담긴 물건, 낙서들이라고 한다. 

 

 

 

바느질된 장갑과 모자.

북페어 나가서 짬짬이 바느질을 했다고. 

 

 

 

실 색깔이 예뻐서 좋은 실을 쓴 거냐고 물었더니,

다이소에서 샀다는 답변을 받았다.

 

꼭 고급 재료를 써야 작품이 되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얻었다.

 

 

 

아래 그림들은 너무나 신선했다.

일부러 작게 프린트한 이유가 있는 그림들이었다. 

 

 

 

옆에 있는 돋보기로 보게 하기 위해서! 

돋보기로 본다고 뭐 더 새로운 게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는 대체 어디서 얻는 건지 참 신기했다. 

전시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게 하고, 꾸준히 찾아오게 만드는 작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돋보기로 보고 있는 그림은 북페어에서 팔지 못할 경우 생선을 걸어두고 자린고비처럼 가난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그린 것이라고.

 

 

게스트북이 있는 전시도 오랜만에 보았다.

작가의 친절함과 디테일한 설명에 감동해서 후기를 쓰게 되었다. 

 

 

 

호기심에 간 전시였는데,

이미 잠들었을 시간에 아직도 후기를 신나게 쓰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낚인 것 같다. ㅋㅋㅋㅋ

 

따뜻하고 감성적인 작품을 그리는 재능,

그리고 엄청난 작가의 재주에 감탄하고 배우게 된 오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분들, 특히 따뜻한 일본 감성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가보기를 추천한다.  

 

 

전시 기간을 확인하고 갈 것 

 

 

타바코북스 작가의 전시는 상도역 PRNT에서 3/23 일요일까지 열린다.   

PRNT 운영 시간은 목-일 2:00- 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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