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눈이 시원해지는 박요셉 오요우 작가 여름 전시, <Blue Owls> (효창공원역 플롯, 7/12-29/2024)

티카르트 2024. 7. 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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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원해지는 박요셉 오요우 작가의 여름 전시 

 

박요셉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미술 선생님을 통해서다. 그림 보는 눈이 없었을 때라, 선생님의 이런저런 설명을 받아 적으면서 

좋은 그림이구나, 하고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모를 땐 외우는 게 최고다.

 

공부도 할 겸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해놓고 올라오는 그림들을 보면서, 이름난 세계적인 매거진, 유명 기업들과 일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창작자로서 여러 회사와 협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여러 루트를 통해 그림을 알릴 수 있다는 것 등이 부럽기도 했다. 박요셉 작가의 그림은 얼핏 보면 밋밋한데, 하늘색, 파란색, 초록색처럼 눈이 편안한 색에 형광 주황색이나 노란색이 들어가 신선한 느낌도 있는 것이 재미있는 그림이다.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심플한 전시 

 

전시 공간이 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원화가 아닌 프린트와 책 전시를 왜 보러 가야 하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전시를 보려면 나가야 하는데 더워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걸까? 그렇지만 어쩐지 어떤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지가 궁금했고, 책도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플롯에 도착해서 보니 전시 역시 그림처럼 군더더기 없이 심플했다. 작가의 특성이랄지, 성격이 작품과 전시 형태에서 드러나는 건가, 싶어서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봐버릇 해서 그런지, 전시를 하려면 그림이 많아야 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두꺼운 도록, 엽서, 포스터 등 여러 형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줄 그림만 몇 가지 선택해서,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림의 매력이 잘 살아나도록 프린트된 포스터의 형태로 전시하고, 포스터와 책 두 가지 형태로만 판매해도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작은 공간을 협소하게 보이도록 하지 않고, 공간과 어울리면서 작가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 그림과 새로운 그림을 같이 선보일 수 있다니! 선택과 집중의 힘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전시에서 만나는 프린트 9종  

 

플롯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프린트 9종 중 3종.

 

 

형광색은 잘못 쓰면 눈이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적절히 잘 쓰면 눈이 아프긴 해도 아 예쁘다, 하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강렬한 인상이 남는다. 

 

프린트 9종. 문 앞에 있던 3종이 포함되어있다.

 

다 예쁜 그림들이었지만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은 맨 윗줄에서 오른쪽 그림, 두 번째 줄에서는 왼쪽 두 개의 그림, 세 번째 줄에서 오른쪽 그림이었다. 

 

첫 줄의 형광 별색이 들어간 그림은 뭔가 활기찬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두번째 줄에서 맨 왼쪽 그림은 의도적으로 엉성한 것 같은 별 - 모양은 다이아몬드 모양이지만 - 이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되었다. 

 

두번째 줄에서 맨 왼쪽 그림.

 

반짝반짝 별 모양을 브러쉬 같은 걸로 찍거나 복사, 붙여넣기 할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다 다르게 그리고 비어있는 별도 있다. 

 

양탄자인지 비치 타올인지 모르겠는 초록 바닥의 무늬를 보면 마티스의 콜라주 작품이 떠오른다.

 

 

박요셉의 그림이 밋밋한 듯 심심하지 않은 이유는 가장자리에 어둡게 그림자처럼 들어간 부분이나, 빛을 표현하는 듯한 실오라기 같은 흰 부분 같은 것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밋밋한 곡선으로 그릴 수 있는 것도 종이를 오린 것처럼 조금씩 삐뚤빼뚤한 부분들도 재미있고. 종이를 오려 붙여 콜라주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특히 양탄자인지 비치 타올인지 모르겠는 초록 바닥의 무늬를 보면 마티스의 콜라주 작품이 떠오른다. 2024년의 디지털 작업인데, 90년대 중후반에 컬러 프린트한 것 같은 푸근하고 아련한 느낌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뭔지 모를 감동은 그런 걸 표현하려 했던 작가의 노력과 애정에서 느껴지는 걸까?

 

마티스 파티는 다른 그림에서도 이어진다.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린트.

 

흰색도 형광색 못지 않게 눈이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이 그림을 보고 알았다. 눈이 아프긴 한데 뭔가 굉장히 시원하달까. 얼음 같은 느낌의 흰색이다. 굉장히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련되었다는 말이 너무 올드한데 다른 적절한 표현을 모르겠다). 

 

프린트를 다 보고 나서 궁금했던 <Blue Owls> 책을 살펴봤다. 

 

박요셉 오요우 작가의 <Blue Owls> 책, 22000원.

 

<Blue Owls> 책 한 권, 포스터 한 장을 샀다. 포스터는 한 장에 25000원이다. 미술관 전시를 가면 멋대가리 없게 크고 굵은 고딕체 같은 걸로 얼마인지 쓰여 있는 곳들이 가끔 있는데, 좋은 전시 보고 나서 산통을 깨는 경우가 많다. 이 전시에서는 가격이 거의 숨어있다시피 해서 그것도 아주 재밌다고 생각했다. 뭔가, '사지 않아도 괜찮지만' 하는 뉘앙스인데, '그래도 나를 사려면 이 가격이야!' 하고, 강렬히 외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어느 포스터를 살지 고민하다가, 초록색 나무가 아주 크게 들어간 것으로 결정했다 (프린트 9종 중 두 번째 줄에서 가운데 그림). 박요셉 작가의 그림 중엔 그 그림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세 명의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그냥 대충 그려지는 대로 막 그린 게 아니라 해부학적으로 맞게 그린 인체를 기본으로 깔고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이 든다. 

 

감동했던 것 중 하나는 명함 하나 헛투루 만들지 않은 작가의 장인정신이었다. 

 

명함 한 면

 

어쩌면 위의 한 면만 해서 프린트해도 되는데, 다른 한 면에 그림이 들어가 있다. 

 

명함의 다른 면

 

전시에선 명함 앞면이 위로 와 있고, 뒤집으면 뒷면이 보였던가?

 

감동했던 점 또 하나.

마침 전시에 있었던 박요셉 작가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작업 열심히 해서 좋은 작가 되라는 메시지라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박요셉 작가는 "강제로 받는 사인"이라고 농담을 했는데, 좋다는 표현을 미처 다 하지 못해서 그렇지, 섬세하고 좋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멋진 작가의 사인을 받아갈 수 있어서 운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이 말이 없는 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나도 말을 아껴봤다. 쑥스럽기도 했고.) 

 

사인 받은 엽서의 앞면. 엽서는 팔지 않고 뒷면에 사인을 해서 주는 건가? 책이나 포스터를 사면 엽서도 한 장 주는 건지는 모르겠다.

 

엽서는 팔지 않는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었다. 예쁜 엽서에 사인받으니 선물 받은 것처럼 기분도 좋고 감사했다. 

 

사인에 이름을 써달랠 걸 그랬나?

 

집에 와서 펴본 책에서는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것 같은 잉크 냄새가 났다. 

 

<Blue Owls> 전시는 7월 29일까지  

 

전시가 열리는 플롯은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멀지 않다. 걸어서 5-6분 거리라 가까운 편이지만, 여름이라 더우니 아주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몰라 멀지 않다는 표현을 썼다. 전시 기간은 7월 12일부터 29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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